(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국회가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을 처리했지만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미래세대에 빚만 떠넘긴 빈손 합의라며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는 연금 특위를 구성해 구조개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청년세대에 부담만 주는 개악(改惡)을 한 것에 연금 특위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연금 특위가 만들어놓은 좋은 안들이 있었는데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특위 위원들은 모두 반대했지만 지도부에서 합의를 해버렸다"고 밝혔다.
박 의원뿐 아니라 다른 연금 특위 위원들도 국민연금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날 총사퇴를 결정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보험료율(내는 돈) 13%·소득대체율(받는 돈) 43%'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혁안에 합의했다.
모수개혁에 더해 △지급 보장 명문화 △군 복무·출산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 지역가입자 지원 확대 등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연금 개혁이 이뤄졌다.
당내에서는 '빈손 합의'라며 비판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더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청년세대가 빚더미에 놓일 위기 상황에서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은 오히려 개혁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개혁으로 국민연금 수지적자 시기는 2048년으로 7년, 기금소진 연도는 2064년으로 8년 늦춰질 뿐이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노총에 욕을 먹고 지지율이 급락하면서까지 미래세대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춘 것"이라며 "40%에서 더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뉴스1과 한 통화에서 "연금 개혁이 아닌 연금 야합"이라며 "지금 태어나는 아이 같은 경우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면 월급 33~34% 정도를 연금으로만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여당 의원 55명이 기권·반대를 행사한 것도 당내 반발이 작지 않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당 의석이 108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지도부는 여야가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 연금 특위에서 미진한 점을 채워나간다는 방침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연금 특위를 통해 구조개혁을 완성하면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에 희망을 주고 아픔을 달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여야 합의를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구조개혁 문제가 미래세대에 직결된 만큼 연금 특위 위원을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채울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안에 반발했던 의원 중에 '80년대생' 등 30~40대 의원이 대다수를 차지해 이들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박 의원을 비롯해 당 연금 특위 위원들은 특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년들이 연금 고갈 걱정을 하지 않으려면 이번에 보험료율을 18%로 올렸어야 했다"며 "구조개혁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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