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서상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임박 여파로 여야가 장외로 나서면서 민생 현안 논의가 멈춰 섰다. 여야 국정협의회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관련한 이견으로 파행된 이후 대화가 단절된 상태다.
다만 상속세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 간 신경전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협상의 여지가 생겨나고 있다. 쟁점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도 애초 계획을 연기하면서 탄핵 국면이 일단락 된 이후 여야의 빅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10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정협의회를 끝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 모수개혁 등 쟁점 현안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있다.
당시 민주당 측이 국민의힘이 제안한 '국민연금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하면서 회의가 파행했다. 이후 여야간 실무협의도 전무한 상태다.
다만 물밑에서는 여야 모두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상속세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한 발씩 물러서며 합의 처리 가능성을 열어둔 것처럼 추경,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 모수개혁도 협상의 불씨가 남아있다.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그간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을 두고 여야가 대립해 왔다.
그런데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1회 인가 기간을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안을 대안으로 발표하면서 고수하던 '주52시간 예외 조항'에서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별연장근로의 경우 입법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지침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고집하고 있지만 앞서 지도부가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민주당 측에 대안으로 제시한 적이 있어 충분히 협상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측도 애초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한 반도체특별법을 이날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시기를 20일 본회의로 연기했다. 이 또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둔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추경과 국민연금 모수개혁도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측이 소득대체율 43%를 거절했지만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안의 경우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의 소비쿠폰을 비롯해 35조 원 규모의 예산을 주장해 왔는데, 현실적으로는 지역화폐 할인 지원 예산을 확보하는 선에서 합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여야 지도부 모두 쟁점법안 빅딜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국정협의회를 재개하더라도 모든 쟁점을 빅딜로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만 합의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도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빼고는 처리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추경과 연금개혁, 반도체법이 모두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상속세법 개정안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과 별개로 합의가 된 사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상속세 일괄공제 한도 확대와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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