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조기대선이 결정될 경우 출마 의사를 내비친 양향자 전 의원은 진보·보수 양 진영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현 상황을 실용주의로 극복하겠다고 8일 강조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국가에 투신해야 한다는 의식이 짙어졌다고 강조했다.
양향자 전 의원은 지난 7일 여의도에서 진행한 뉴스1과 인터뷰에서 현재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보수의 궤멸'을 꼽았다.
이날 뉴스1을 만난 양 전 의원은 3.8 세계 여성의날을 기념한 블루바이올렛 자켓과 개혁신당의 상징 색인 오렌지 색 셔츠를 갖춰 입은 상태였다.
양 전 의원은 "국가를 가정에 비유하고 싶다. 열 명의 자식이 있으면 한두 자식을 잘 키워서 가정을 일으키려 했던 게 아버지(보수)다"라며 "나머지 여덟아홉 자식을 잘 품어서 역할을 하는 게 어머니(진보)의 역할이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지금 아버지가 무능하다. 술만 먹고 아집만 있고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진보 쪽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 역할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며 "그러니 자식들이 불안하다. 평소에 엄마(진보)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물음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제 역할은 그 중 '큰누나'가 되는 것"이라며 "산업 전선에도 나가고 동생 학비도 내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 삶이 그랬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기도 전에 산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동생들도 제 월급으로 키웠다"고 했다.
같은 당에서 조기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이준석 의원을 두고는 "허 전 대표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영달을 위한 시험 무대로 정치를 사용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최근 거대 양당의 정쟁 화두로 떠오른 반도체특별법을 두고는 "본질은 R&D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며 "52시간제 근로제 유연화도 중요하지만, 사실 강하게 얘기하고 싶은 건 해고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양 전 의원은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다. 2022년 무소속으로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의 국회 통과에 기여했다. 2023년 '한국의희망'을 창당했고 지난 총선 과정에서 개혁신당과 합당, 개혁신당의 초대 원내대표를 지냈다.
다음은 양향자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 2017년 정권교체 당시 민주당에서 큰 역할을 했었는데, 지금 탄핵 정국을 보는 소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저를 영입한 이유는 사실 정권교체를 위해서였다. 양항자는 호남 출신이면서 반도체 기술의 전문가고, 온갖 차별의 요소를 갖고 있는 여성이다. 여성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저였다.
-그렇게 정치에 입문했는데, 현 정국을 평가해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론적으로 5년 만에 대중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게 굉장히 뼈아프다. 문재인 정권에서 적폐청산을 내걸었는데 적폐가 켜켜이 쌓였고, 윤석열 정권에서 개혁을 아젠다로 내놨는데 반개혁적이었다.
-민주당에서 있을 때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소개해본다면
▶저는 표의 유불리를 절대로 따지지 않았다. 반도체특별법을 만들 때도 그렇고 공정경제3법, 임대차3법,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 때도 그랬다. 검수완박은 아쉽다. 혼란이 예측이 됐기 때문에 안건조정위를 통해서 제대로 만들자는 게 제 의견이었지, 사법 개혁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 상황을 아쉬워하는 분도 계실 것
-지금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보수 진보 모두 큰 강을 건너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의 궤멸'이다. 국가 간 긴장이 강화되는 시기에, 강한 국가를 만드는 책임은 보수에게 있다. 보수가 궤멸되면 타 국가를 선도하는 국가가 아닌 영토 식민지, 기술 식민지가 된다. 그런 나라를 다시 만들 거냐고 묻고 싶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본다면
▶정치브로커 명태균 사건이 뼈아프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김영선 의원이 찾아왔다. 제가 작년 2월에 이미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니, '여성 비례' 1번이 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찾아와서 비례 1번을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문자로 딱 한마디 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주십시오. 그래야 우리나라도 살고 이 정당도 삽니다'라고 했다. 다만 집권여당의 5선 여성 의원의 정치적 소명이 이정도였나 하는 씁쓸함이 들었다. 무너진 보수의 징표라고 생각했다.
-진보와 보수가 모두 치명상을 입은 것 같은데, 대안이 있나
▶이번 조기대선이 펼쳐진다면 요행을 부릴 생각은 없다. 제 소명대로 저를 던지고, 국가의 쓰임이 있다면 몸부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를 선도하는 부민강국', '과학기술 패권국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나라'가 제 대선의 아젠다다.

-반도체 전문가니 최근 양당의 반도체특별법 정쟁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다
▶답답하다. 모 매체에서 반도체특별법 관련 토론 제안이 왔다. 흔쾌히 응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다 섭외해봤는데 아무도 저랑 토론을 안하려고 한다더라. 심지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조차도. 사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가 아니라 R&D(연구개발)의 문제다. 반도체는 수십조원 규모의 정교한 투자와 공정 혁신이 필수다.
-해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리그가 다르다. 경영진이 근본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는 레토릭이 중요하지 않다. 52시간제에 대한 근로 유연화는 물론 필요하지만, 더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건 '해고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n시간 이상 근무보다는 R&D에 쌓인 부정·불합리·저효율을 제거하고 그 예산을 첨단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반도체 분야에서 30년 이상 투신한 전문가로서 아쉬운 점은 없나
▶기술 인재들을 영웅시하지 않는다. 늘 영화와 드라마에는 의사·판사·검사만 등장한다. 대한민국에 엔지니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있나. 대한민국 반도체가 이 정도로 성장을 했는데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경선을 치른다면 이준석 의원과 맞붙게 될텐데
▶이준석 의원과 어떤 경쟁이라기보다 서로의 영역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중간에 있었다면, 왼쪽에는 이재명이 오른쪽에는 안희정이 있었다. 중도와 그 좌우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이 의원과 나는 겹치는 게 거의 없다. 광주와 대구, 여자와 남자, 문재인 키즈와 박근혜 키즈. 저의 영역이 개혁신당과 더 맞다고 생각한다. 그걸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신뢰를 받아야 스펙트럼도 넓어져야 한다.
-이 의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은아 전 대표의 말을 그대로 쓰면 된다.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한 실험 무대로 가면 안된다. 대한민국 국민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치다.
-출마 고민을 할 때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에게 고견을 구하기도 했다고
▶조기대선이 펼쳐진다면 이 조직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작년 낙선한 이후 계속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게 오만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 같다. 21대 국회에 들어간 후 민주당에서 최고위원에 두 번 당선됐다. 큰 힘이 생기니 오히려 시련의 순간이 왔다. 국가에 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겸손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 낙선한 뒤에도 공부가 많이 됐다.
-이번 국면에서 어떤 정치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지
▶조기대선 정국이 펼쳐진다면 저의 작은 역할이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 그런 사명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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