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조기대선을 준비하는 여권 잠룡들이 너도나도 '집토끼'인 보수 지지층 끌어안기 경쟁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이들조차 보수의 산실인 영남권을 노크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경선의 '키'를 쥐고 있는 당심부터 끌어들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27일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전날 자서전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출간하며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오는 4~5일께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등에서 북콘서트 개최를 검토 중이다.
한 전 대표 측은 특히 전통적인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친한동훈(친한)계 유일의 TK 소속인 우재준 의원이 한 전 대표에 밀착해 지역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안철수 의원은 부산 연제구 부산광역시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예방한다. 부친인 고(故) 안영모 씨가 49년간 운영한 부산 부산진구 범천의원 자리도 방문할 예정이다.
부산 지역 2030 당원·청년·대학생과의 소통 자리 마련도 검토 중이다. 안 의원 측은 "(부산 방문) 세부 일정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일찍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JTBC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저 사이에 오해가 쌓인 것이 많은 것 같다. 쌓인 오해를 언젠가 인간적으로 풀고 싶다"며 보수 지지층을 향해 손짓했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도 확장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아우르는 데 더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친한계 관계자는 "당이 만든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데 대해 마음 아파하는 지지자도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지지자도 있다"며 "이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 의사를 폈던 잠룡들은 보수 지지층과 메시지 톤을 점점 더 맞춰가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이 복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지지자들의 단합을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도 참석해 마이크를 잡은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25일 윤 대통령 최종변론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에서 탄핵 기각이 될 수 있는 최종 진술로 보인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대통령을 파면할 수 없음이 명확해졌다"고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보수 지지층을 향한 잠룡들의 구애는 '경선'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경선 규칙은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각각 절반씩 반영하게 되어 있는데,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이 담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당심'에 좌우될 전망이다.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탄핵 반대 여론은 점차 고조되어 있다.
조기대선을 준비하는 후보 수도 '역대급'이다. "일단 경선부터 뚫고 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여권 관계자는 "경선부터 통과해야 그 다음이 있는 것"이라며 "지금 중도 확장을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현재까지 '자천' '타천'으로 조기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여권 잠룡은 김문수 장관, 오세훈 시장, 홍준표 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원희룡 전 장관, 나경원 의원, 김기현 의원, 윤상현 의원,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태흠 충남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등 1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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