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흑묘백묘론'을 앞세워 우클릭 행보에 나서는 사이 비이재명(非明)계 잠룡들은 당의 심장인 광주·전남을 찾아 지지층 포섭에 나선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가정하고 중도층을 공략,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심산이라면 비명계 잠룡들은 당내 입지를 확보한 뒤 향후 경선에서 '이재명 사법 리스크' 등 변수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금융투자세 폐지 논의를 시작으로 기본사회 정책 보류,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한 추가경정예산안 추진, 한미일 협력 강화에 이어 반도체특별법의 최대 쟁점인 주52시간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 신설에 긍정적인 뜻을 표하는 등 연이어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방위산업이 가시적인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라며 "국가 차원에서 우리 무기를 구매할 방산 협력 파트너 국가를 발굴하고 국방외교를 확장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런 행보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노동계의 큰 반발을 사고 있지만, 이 대표는 "지금은 계엄으로 어렵고 힘들어진 경제를 살리는 게 최우선"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전날(3일) 열린 당의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이 대표가 직접 사회자로 나서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의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고 하는 것에 대해 '왜 안 되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라며 "몰아서 일하는 것을 법률로 금지하지 말고 허용해달라는 것은 합리적인 요구로 보인다"고까지 말했다.
다만 "총노동 시간을 늘리자는 것은 (논의의) 대전제를 깨는 것"이라며 전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직접 조율에 나섰지만 사실상 경영계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는 듯한 발언이었다.
통상적으로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30%라고 할 때 누가 40%의 중도층에서 많은 표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재명'이란 분위기에서 이 대표의 이런 적극적인 우클릭 행보 및 조정자로서의 모습은 '일 잘하는', '합리적인' 이미지로 무장돼 중도층을 공략하기 충분하다.

비명계 잠룡들은 이 대표의 '일극체제'를 비판하면서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전 의원, 김동연 경기지사는 각각 이달 7~9일, 10~12일, 13~14일 광주·전남을 찾아 지지자들과 스킨십을 넓힐 예정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미한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지만 이들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당내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후보 확정이 유력한 현 상황에서 이들이 어느 정도까지 이 대표의 아성을 위협하느냐에 따라 민주당 경선의 긴장도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계파간 경선 과정에서 경쟁은 향후 민주당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원팀'을 이뤄 내느냐 여부에 따라 대선 결과와 이후 정국 운영까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는 당내 지분 확보를 위해 경선까지 이 대표 비판에 열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은 최근 12·3 비상계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 등 유리한 정국에서도 저조한 당 지지율,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거론하며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정권교체로 가는 길은 이재명의 길뿐만 아니라 다양한 길이 있다"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일극 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박용진 전 의원은 "(민주당은) 힘자랑할 때가 아니다.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재명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때 창의성과 역동성이 살아난다"며 "우리 민주당이 다양한 풀 나무가 자라는 건강한 숲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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