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은 구정 연휴에도 쉬지 않고 대내외 사업을 챙기며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간부 40여 명을 한꺼번에 처벌하면서 내부의 긴장을 높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핵능력을 과시하는 메시지를 내며 '몸값 높이기' 전략을 구사했다.
북한은 지난 25일과 26일 연이어 주민선전용 매체 노동신문을 통해 구장군과 우시군에서 지방공업공장들이 각각 준공된 사실을 보도하며 이를 통해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지방공장 준공식 보도는 연초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은 지방경제 활성화 및 도농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개시된 사업으로, 북한은 준공식 행사를 마치 축제처럼 꾸며 '당의 은정'을 부각하고 주민들을 결속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간부들에 대한 대규모 처벌 사실이 공개적으로 보도된 것은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붓는 듯한 모습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7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음주 접대' 등 지방 간부들의 비위 행위를 공개적으로 질타하며 이들을 처벌하겠다고 결정했다.
처벌 대상이 된 간부들은 지난 20일에 지방공장 준공식이 열린 남포시 온천군과 지난 25일 공장 준공식을 연 자강도 우시군의 간부들이다. '성대한 축제'와 같은 준공식 직후 해당 지역의 간부들을 대거 처벌한 셈이다.
이는 공장 건설 과정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적발한다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각 지역 공장 건설사업과 관련한 고강도 '비밀 감찰'이 전국적으로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주민들을 부각하는 북한 매체의 보도와는 정반대의 '공포' 분위기가 간부들 사이에 조성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핵물질 생산 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 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5/1/29/7105997/high.jpg/dims/optimize)
김 총비서는 이러한 내부 단속과 동시에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5일 '해상(수중) 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북한은 같은 날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고 미국에 대한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순항미사일이 미국의 핵항공모함 등 한반도 전개 대상인 해상 전력을 차단하기 위한 무기체계임을 감안하면, 김 총비서가 '대화 제의'를 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 29일에는 김 총비서가 핵물질 생산 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한 사실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북한의 보도가 나오기 직전 미국 백악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라는, '핵군축'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일 것이라는 관측에 반박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는데, 이와 맞물러 북미가 '핵 협상'의 수위를 두고 본격적인 기 싸움을 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북한은 지난 2018년보다 높아진 핵능력을 카드로 내세워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협상의 문턱이 높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협상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처럼 한동안 내치에 집중해 당 창건 80주년(10월)을 기념하고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 9차 대회를 준비하면서, 미국에 자신들의 요구 조건과 카드를 수시로 내비치는 '투 트랙' 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은 '정세를 바꿀' 수준의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략순항미사일 발사나 외무성 담화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를 지나치게 자극하기보다는 적절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그에 따른 미국의 반응을 보기 위한 의미가 크다"면서 "김정은의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 역시 기술 과시보다는 앞으로 핵물질 생산을 늘리겠다는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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