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힘들지 않냐고요? 효도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원하시는 건 의대예요."
최근 자녀 교육에 강한 열정 보이는 수도권 학부모를 칭하는 일명 ‘대치맘’을 재치있게 풀어낸 개그우먼 이수지의 영상이 인기를 얻으며 사교육 '열풍'이 다시금 화두에 올랐다.
서울의 대치동 학원가가 '사교육 성지'라면 울산은 옥동을 중심으로 주요학원가가 밀접한 ‘사교육 1번지'로 불린다.
최근 교육부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4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월평균 43만 4000원으로 8대 특·광역시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직접 찾아 본 '울산의 대치동' 남구 옥동의 학구열은 서울에 못지않게 후끈했다.
14일 오후 울산의 최대 학원가로 불리는 옥동 인근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카페는 앳된 얼굴들의 학생들로 가득했다.

편의점에는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로 빈틈이 없었다. 편의점 점원은 “어린 저학년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끼니 때우는 학생들로 테이블이 빌 새가 없어요. 컵라면 재고를 계속 계속 채워 넣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인근 패스트푸드점과 카페에서 만난 학생들의 테이블에는 하나같이 책과 펜이 올라가 있었다. 학생들은 음식을 먹는 순간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안았고, 길을 걸으면서도 종이에 적은 내용을 암기하기 바빴다.
옥동은 특목고 진학률이 높다고 알려진 옥동중, 울산서여중, 학성중부터 신정고, 학성고까지 명문으로 불리는 학교들이 밀집해 있다.
인근에 검찰청, 법원이 위치해 고소득, 고학력을 가진 학부모가 대거 거주하고 있다.
200개가 넘는 학원이 밀집한 옥동 인근에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는 모두 울산 최대 학원가의 타이틀을 앞세워 교육 인프라를 홍보에 나설 정도다.
학부모 A 씨는 “울산 옥동의 학원의 경우, 레벨테스트를 기본으로 받아야 학원을 등록할 수 있을 만큼 울산 내 다른 지역 학원보다는 등록 문턱이 높은 편”이라며 “보통 국어, 영어, 수학을 기본으로 보내고, 추가로 선행 위주의 수업을 듣고 과학까지도 단과 학원을 보낸다. 과목별로 30만 원으로 잡아도 150만 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학원비도 학원비이지만 어린 초등학생부터 사교육에 전념하다보니 학원을 모두 끝마치는 시간이 오후 9시는 기본, 10시를 훌쩍 넘어서는 경우도 다반사다. 중학교부터는 12시 반이 지나서야 마치는 것도 일반적이라고 한다.
학부모는 “학부모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3보 이상은 태우러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를 태우러 온 학부모들 차량으로 교통혼잡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대부분 인(in)서울 대학 진학보다 의과대학을 진학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울산에서는 옥동이 내로라하는 학원가로 불리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들 다수가 서울 혹은 해외로의 ‘원정 교육’을 떠나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또 다른 학부모 B 씨는 “옥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방학이 오면 방학 전후로 1~2주간의 현장체험학습을 내 서울 혹은 해외로 원정 교육을 떠난다”고 설명했다.
작은 규모의 단과학원 위주로 학원가를 이뤘던 옥동이지만, 지난해 국내 대형 메이저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 러셀이 진출한 뒤 현재까지 총 3개의 스파르타식 학원이 들어섰다.
스파르타식 학원 재수생의 경우 수강하는 과목에 따라 원비는 300만~5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까지 사교육 열기에 가세하며 울산 옥동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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