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신입 영업사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12년 동안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연이어 당선된 서울 도봉구에 국민의힘 깃발을 꽂은 오언석 도봉구청장(국민의힘)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실제 고객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는 영업사원처럼 인터뷰가 진행된 18일도 오 구청장은 10개 가까운 일정을 소화했다. 잠깐 들여다본 그의 수첩에는 구의 각종 현장을 둘러보며 들었던 생각, 구정에 참고할 내용들을 적은 메모가 가득했다.
오 구청장은 "구청장은 구민들이 한시적으로 채용해 준 계약직과 같다"며 공무원들이 구 살림을 챙기는 동안 자신은 대외적으로 부지런히 뛰며 현장을 살피고 구에 필요한 예산과 지원을 확보하러 다니는 '세일즈 구청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도봉구 변화에 대한 열망 커…재개발 재건축부터 바꿀 것"
줄곧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당선된 도봉구에서 구민들이 자신을 뽑아준 이유에 대해 오 구청장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지방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이유로 민선 8기 도봉구의 슬로건을 '함께해요! 변화·성장·미래 도봉'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 구청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가장 변화할 구정 분야로 '재개발·재건축'을 꼽았다. 그는 "도봉구는 현재 다른 지역보다 노후화된 아파트가 많고, 낡은 주택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며 "북한산·도봉산과 인접해 고도제한 적용 등 지역개발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재개발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도봉구는 지난 11일 '도시개발지원 TF팀'을 신설했다. 오 구청장은 "전담 조직을 통해 재건축·재개발사업 등의 신속한 행정 처리를 돕고 각종 규제 완화 등에 따른 주민 부담 감소,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공급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의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에 이를 가로막는 규제라는 대못부터 뽑아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고도제한이라는 규제 때문에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도시계획을 수립함에 앞서 이러한 각종 규제 완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구에 따르면 북한산 국립공원이 주변이 고도지구로 지정되면서 구의 1인당 상업지역 면적은 0.76㎡에 불과하다. 서울시 평균인 2.54㎡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면적이다.
이외에도 오 구청장은 GTX-C선 도봉구간 지하화, 성대야구장 부지 개발, 서울 아레나 공연장 신축, 창동 민자역사 완공 등 지역 내 개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 국토교통부와 계속해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구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몇차례 간담회도 하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도 조만간 간담회를 통해 건의할 사항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오 구청장은 지역 발전과 세수 확보를 위해 외부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현재 낙후돼 있는 관내 봉제·양말산업을 복합단지화해 세계적인 특화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낭비 줄이는 효율적 행정 도입하고 취약계층 챙길 것
오 구청장은 구의 각종 사업을 추진할 때 '낭비를 줄이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았다. 앞선 구청장들이 해온 좋은 정책은 살리되 중복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 예산 낭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오 구청장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기반 과학행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수요가 있는 곳에 적기 적시로, 예산 낭비 없는 적정규모로 행정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범죄예방 정책을 수립할 때 1인 여성가구가 말집한 곳은 어디인지, 어느 시간대가 취약한지, 사각지대가 많은 곳은 어디인지 등을 분석해 폐쇄회로(CC)TV 우선 설치 지역으로 선정하는 등 데이터를 이용하면 예산 낭비는 없애고 질적으로는 향상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오 구청장의 설명이다.
오 구청장은 이렇게 낭비를 줄여 절약한 구의 자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높은 취업 문턱에 좌절하는 청년들을 비롯해 지역 내 많은 취약계층을 돌보겠다고 밝혔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정책에 대해 그는 "제조업 스마트혁신지원단, 소상공인 매니저 및 전통시장 매니저 제도를 도입해 현장에서 즉시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플랫폼노동자 보호를 위한 공제제도 시범 도입과 고용보험료 지원 등 취약계층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계획도 빠트리지 않았다. 오 구청장 취임 이후 도봉구는 요양시설과 어르신 복지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에 방역물품을 선제적으로 지원했으며 감염자 발생 시 전수 검사를 통해 재감염을 차단하고 있다.
그는 "확진자 재택치료 관리도 구청에 TF팀을 설치해 24시간 응급비상체계를 유지하고 환자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 구청장은 자신이 주민들로부터 한시적으로 권력을 이양받은 '계약직 사원'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구민들이 다음에 다시 채용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언제나 신입사원 같은 열정과 부지런함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오 구청장은" 윤석열 정부, 오세훈 시장, 그리고 구청장인 저의 정책 기조가 같은 지금이 도봉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빅스텝'의 찬스"라며 "발로 뛰며 도봉구를 땀으로 적시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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