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서울시민이 수도꼭지만 틀면 바로 마실 수 있는 물, 아리수. 357개 항목의 수질 검사를 거친 최고 수준의 수돗물이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은 정수기나 생수를 먼저 찾는다.
하루 평균 300만 톤의 수돗물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국제 기준을 뛰어넘는 수질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정수기 물은 마시지만, 수돗물은 꺼리는' 현실은 여전하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아리수본부에서 만난 이회승 본부장은 "아리수가 생각보다 훨씬 좋은 물이라는 걸 시민들이 잘 모른다"며 수돗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회승 본부장은 아리수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맛'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염소냄새는 소독 때문에 생기는 건데, 수돗물을 받아서 30분만 실온에 놔두면 다 사라진다"라며 "정수기 물맛이랑 똑같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pH는 약중성 7.2, 온도는 13도, 미네랄은 리터당 29~33mg 정도 들어 있을 때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아리수는 그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수의 취수원인 한강의 수질은 5개 취수장에서 철저히 감시되고 있다. 원수 단계에서 법적 기준(38개 항목)의 8배에 해당하는 335개 항목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100%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도입해 수돗물 품질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올해에는 법으로 규제되지 않는 의약물질과 산업용 화학물질 5개 항목을 추가하여 총 357개 항목에 대해 수질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WHO 권고 기준(166개 항목)의 두 배, '먹는물 수질기준'의 6배를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입상활성탄을 활용한 정수 처리로 물맛 개선 효과도 보고 있다. 그는 "예전에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국내외 유명한 생수랑 비교했는데 전부 아리수를 선호했다"라며 "유명 생수의 물도 구분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본부장실 한쪽 벽면에는 '누수복구일일현황'이 표시된 대형 모니터가 실시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날짜별 누수 발생 건수, 전일 누계, 복구 상태 등이 지도 위에 표시되며 수시로 갱신됐다.
이 본부장은 "오늘(10일)도 누수가 네 건 있었지만, 단수 없이 복구됐다"라며 "서울 같은 큰 도시에선 누수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거라,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복구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시 상수도관의 총길이는 1만 3288㎞에 이른다. 그중 30년 이상 된 노후 관로만 3074㎞에 달한다. 서울시는 매년 80㎞씩 관로를 교체하고 있다. 올해도 송수·배수관 89.2㎞를 정비하고 배급수관 698㎞를 세척할 예정이다.
서울시에는 총 6곳의 정수센터가 있다. 그중 광암·암사·구의·영등포 등 4개 정수센터를 순차적으로 현대화하고 있으며. 이 본부장은 "미리 새 라인을 증설해 두고, 기존 공장은 멈추고 전환하는 방식"이라며 "용량은 충분한데, 품질과 반응 속도를 더 끌어올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도 실험 단계에 들어섰다. 이 본부장은 "정수장에는 테스트베드로 쓸 수 있는 여분 라인이 있다"라며 "지금은 약품을 언제, 얼마나 투입할지를 AI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 안팎에서 아리수를 마신다고 답한 비율은 69.6%였다. 정수기 음용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환산하면 80.2%(파리 기준), 72.4%(미국 기준)에 이른다. 기존에 알려진 음용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 본부장은 "정수기 물도 결국 아리수지만, 우리는 마시면서도 수돗물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결국 시민이 수돗물을 '틀고 마시는 경험'을 자주 해야 신뢰가 생긴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런 체감 신뢰를 높이기 위해 급수관 교체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53만 4000가구가 지원을 받았고, 올해는 1만 8000가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클린닥터 서비스'를 통해 저소득층과 노후 주택을 중심으로 급수관 세척 및 필터 교체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만 2367 가구가 급수관을 교체하고 2715 가구가 세척 및 필터 교체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이 본부장은 "깨끗하고 안전한 최고 수준의 물인 아리수를 더 많은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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