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창단 후 지난해 첫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티켓을 따낸 강원FC가 ACL 경기장 사용을 두고 춘천시와 갈등을 이어가면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대 주주이자 구단주인 강원도와 김진태 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강원FC와 춘천시 간의 갈등을 중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FC는 지난해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12개 팀 가운데 2위(19승7무12패, 승점 64)로 2008년 창단 후 첫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정된 예산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도민 구단으로서는 상당한 성과였다.

기쁨도 잠시 팬들은 “ACL 홈경기를 어디서 하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그때까지 팬들은 정확히 춘천시와 강릉시의 계약 관계를 알지 못했다. ‘강릉에서 하는지’, ‘춘천으로 옮겨서 하는지’ 소문만 무성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강원FC는 물밑에서 AFC 측과 강릉에서 경기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특히 강원도와 협의를 통해 전세기를 양양공항에 안착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공항 여건상에 맞지 않다는 AFC의 답변에 결국 포기하게 됐다.
남은 곳은 춘천뿐이었다. 하지만 강원FC가 이사회를 열고 강릉시에 양해를 구하기까지는 지난달 21일에야 끝났다. AFC에 경기장 실사 제출 기한은 5월 2일로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강원FC가 밝힌 춘천시에 ACL 개최 타진 공문을 보낸 날짜는 지난달 28일이다. 하지만 춘천시는 여건상 할 수 없다는 공문을 강원FC에 회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강원FC와 춘천시가 ACL 개최를 두고 책임 논란이 불거졌다.
강원FC는 지난 9일 시에 ACL 개최 의사 재요청을 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을 통한 춘천시와 강원FC의 책임 논란은 갈수록 커졌고 시는 지난 14일 강원FC에 실무회의를 제안했다.
춘천시와 강원FC는 지난 16일 시청에서 만나 실무회의를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진 못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지난해 춘천시와 강릉시 간의 홈구장 사용 갈등이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갈등은 지난해 초로 흘러간다. 당시 춘천시는 “2년(2023~2024년)간 상반기에 경기했으니 경기장 개선을 위해 내년에는 하반기에 하겠다”고 강릉시에 제안했으나, 강릉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시는 축구 열기 확산을 보여주고, 비판받는 잔디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하반기에 홈 경기를 하고자 했다.
하지만 강원FC 측은 "자신들이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강원도도 "춘천시와 강릉시가 풀어갈 사안"이라면서 뒷짐만 졌다.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회의상에선 춘천시와 강릉시 관계자 간의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25년 강원FC 경기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춘천시 상반기, 강릉시 하반기로 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춘천시가 예산을 잡아둔 홈구장 가변석, 조명타워, 잔디 교체 등의 계획은 하반기로 미뤄야만 했다. 이로 인해 춘천시가 강원도와 강원FC에 상당히 실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시는 그동안 아무런 상이 없이 강원FC 측으로 ACL 경기 요청 공문을 받자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춘천시는 4성급 호텔이 지역에 없고 보조 경기장도 없는 데다 개최 지원금(경기당 8000만 원)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개최지원금은 강릉시와 강원FC가 ACL 개최 협의에서 나온 금액이다. 강릉시와 춘천시는 현재 경기당 8000만 원을 강원FC에 지급하고 있어 ACL 경기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지 강원FC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낭독하면서 ACL 개최를 위한 강원FC의 노력을 시작으로 강릉시를 먼저 협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춘천에서 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급기야 김 대표는 강릉시와 비교를 하면서 춘천시의 행정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내년부터 춘천에서 홈경기를 못 할 수도 있다”고 하기에 이르렀다. 춘천을 향한 비판적인 발언을 이어가자 한 기자는 “오늘 발표하신 게 향후 춘천시와 대화에 오히려 방해가 있지 않겠냐”고 질문했다.
김병지 대표는 가변석을 새롭게 설치해 준 춘천시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강원도민 화합의 방향으로 잘 이뤄지는 예방 주사 같은 느낌의 시간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답했다.
정운호 춘천시 기획행정국장은 다음날 기자회견을 갖고 김병지 대표의 발언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ACL 협상에는 임하겠다고 했다. 또 정 국장은 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중재와 조정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공무원노동조합 춘천시지부도 김병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강원FC는 “춘천시와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춘천시도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원도는 입장은 물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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