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호수에 수달 4마리가 있다고 해서 와봤어요. 움직임이 빨라서 쉽게 포착은 안 되네요."
칼바람이 불던 19일 오전 9시께 전북자치도 전주시 덕진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이 건넨 말이다. 이 남성은 최근 덕진공원 호수에 수달가족들이 출몰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공원을 찾았다.
전주 시내 천변을 다니며 수달을 촬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A 씨는 "덕진공원에도 수달이 나타난다고 해서 와봤다. 수달은 움직임이 굉장히 빨라 쉽게 만날 수 없기에 새벽부터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다"며 "종종 왜가리가 수달이 잡은 물고기를 낚아채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하늘을 나는 왜가리들을 쫓으면 수달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전주천변과 삼천변, 기지제 등에서 포착돼 왔던 수달이 덕진공원 호수에 나타나기 시작한 건 올해 들어서부터다.
실제 올해초부터 시민들의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눈밭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 기자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수달은 1급수에 가까운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 수달 가족은 보통 15㎞ 반경을 서식지로 삼는다.

생태환경분야 관계자들은 최근 도심천의 생태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조경천이라 불리는 하천 구역을 통해 덕진공원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주시가 지난해 도심천인 전주천과 삼천의 버드나무 등을 벌목하면서 수달의 서식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는 "덕진공원 호수가 작년까지만 해도 준설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아직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달이 나타났다는 게 좀 의아하다"면서도 “도심천의 버드나무나 갈대, 억새를 벌목하면서 환경이 안 좋아져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심 속에 거주하는 수달 보호를 위한 개체수 조사와 서식지 확보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심양재 전주생태하천협의회 사무국장 역시 "늘어나는 수달의 보존을 위해서는 개체 수 조사가 필요한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보호를 위해서는 일부 구역에 수달 서식지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에 따르면 현재 완주 구이저수지부터 도심천 내에 9~12마리 정도의 수달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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