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새벽 1시까지 마시긴 했는데 자고 나왔어요."
10일 오후 1시50분 쯤 제주 서귀포시 1호광장 인근 일주동로에서 A 씨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전날 밤 마신 술이 화근이었다.
경찰이 현장에서 측정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0.03~0.08%) 수준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A 씨는 서홍동에서 서귀동까지 약 6㎞ 거리를 차량을 끌고 나왔다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서귀포시 1호광장에서는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이 진행됐다. 이곳 로터리 주변 7개 도로 모두에 경찰관이 배치됐다. 도주로가 될 수 있는 작은 골목까지 단속이 이뤄졌다. 이날 투입된 인원만 서귀포경찰서 소속 경찰관 44명, 제주도자치경찰단 11명 등 총 55명에 달한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대낮 단속이 시작되자 30여 분만에 줄줄이 음주운전자들이 적발됐다. 간밤 마신 술이 깼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두시간 동안 서귀포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총 5명이었다. 면허 취소 1명, 정지 4명이다. 이 외 동시에 단속이 진행된 제주시 2곳에서는 운전자 4명이 면허 정지 수준으로 적발됐다.

재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수치 미만으로 나와 훈방조치된 이들도 있었다.
주요 단속이 벌어졌던 도로 바로 옆 골목에서 트럭을 몰던 B 씨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이후 물로 입을 헹구고 한 재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12%로 나와 훈방조치됐다. B 씨는 "전날 밤 막걸리 한 잔 마셨다"고 진술했다. 이날 서귀포에서 훈방조치된 이는 7명이다.
매년 제주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해 200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의 안이한 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3년(2022~2024년)간 제주에서는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849건 발생, 13명이 숨지고 1325명이 다쳤다. 그럼에도 올 들어서도 3달간 음주운전 517건이 단속됐다.
홍윤기 서귀포서 교통관리계장은 "서귀포에서 오늘(10일)처럼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로터리 전체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음주 교통사고는 물론 고령층 보행자 교통사고 등 예방에 힘써 도민들의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gw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