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에서도 군 간부를 사칭, 영세업체 물품 등을 주문한 뒤 나타나지 않는 '노쇼'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천막사를 15년째 운영 중인 A 씨(50대)는 지난 2일 '해병대 간부'라고 밝힌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해병대 2사단' 소속이라며 부대에서 사용할 천막 4개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 남성은 3일 오후 5시 직접 방문해 결제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남성은 A 씨를 속이기 위해 '제2사단 해병대 군수단 여단장' 명의의 부대 물품 공급 결제 확약서를 보내기까지 했다.
A 씨는 과거에도 군부대에 천막을 납품한 경험이 있는 터라 별다른 의심 없이 개당 50만원의 천막을 제작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약속한 3일 오후 5시에 나타나지 않았다. A 씨는 그동안 통화했던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해병대 측에선 천막을 주문한 사실이 없고, 문서에 있는 '중사 박ㅇㅇ'이라는 인물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제작한 천막이야 나중에 팔아도 되지만, 금전적 손해도 손해지만 납품일을 맞추기 위해 들인 노력이 생각나 화가 났다"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제주에서는 지난 10일 해병대 9여단 간부라고 밝힌 남성이 동네빵집에 녹차 크림빵 100개를 주문하고도, 실제로는 찾으러 가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빵집 업주는 여러 차례 예약 주문한 번호로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이 남성은 '병사들이 모두 녹차 알레르기가 있다'며 '주변 보육원에 후원하시고 좋은 일 한 번 하시길 바란다. 시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는 식의 조롱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빵집 노쇼 사건과 관련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 측은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반드시 예약금을 받거나 부대 연락처를 받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