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삼광호(32톤 ·승선원 7명)와 33만선호(29톤·승선원 8명)의 좌초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지난 2일 제주 바닷속에서 실종자를 발견한 건 해경이 아닌 해녀였다.
물질 경력 45년의 베테랑 해녀인 이추봉 씨(64)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바다로 달려갔다. 이 씨와 동료 해녀들은 해녀복을 갖춰 입고 수중 수색에 나섰다. 사고가 난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 인근 바다는 '누구보다 우리 해녀들이 잘 안다'는 마음이었다. 이곳 바다는 갯바위 등 암초가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해녀들은 아침 일찍부터 해경 구조대와 조를 짜고 바다로 들어갔다. 사고 해역 주변 조류와 사람이 빨려 들어갈 만한 지점을 잘 아는 해녀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구역별로 조를 나눠 바다 구석구석을 살폈다.
마침내 같은날 오후 4시 53분쯤 이 씨의 눈에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바로 삼광호의 실종 선원 A 씨(인도네시아·30대)였다. A 씨는 녹색 작업복을 착용한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전날 일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물질만 45년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맨발 두 개가 먼저 보여 해경에 바로 알렸다"며 "하루라도 빨리 실종자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막상 눈앞에 탁 보이니 놀라고 무서웠다. 밤새 잠도 한숨 못 잤다"고 말했다.
마을 앞바다에서 난 사고 소식에 발 벗고 나선 건 해녀들뿐만이 아니다. 구좌읍 하도리 마을주민들도 손을 보탰다. 부녀회, 청년회 등은 고생 중인 해경 등을 위해 커피 등 음료, 간식을 나눠주고 해안가로 떠밀려온 선체 파편을 치웠다. 해안가 수색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영태 하도리장(61)은 "우리 마을 앞바다에서 사고가 났으니 우리 마을 일이라는 마음"이라며 "해경, 소방, 적십자, 지역단체 등 모두가 고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남은 실종자 1명도 하루라도 빨리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오전 9시 24분쯤 토끼섬 인근 해상에서 삼광호와 '33만선호'(29톤·승선원 8명)가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두어선의 승선원 15명 중 1명이 실종되고 3명은 숨졌다. 구조된 만선호 선장을 비롯해 총 11명(만선호 7명·삼광호 4명)은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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