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걸렸다…거짓 밀고로 간첩 누명 쓴 故 김두홍씨 무죄

재판부 "고문 못 이긴 허위자백 증거 능력 없다" 원심 파기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1980년대 친척의 초청으로 일본 여행 후 불법 연행·구금됐다가 고문을 못 이겨 허위 자백으로 간첩죄 처벌받은 제주도민이 명예를 회복했다.

14일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오창훈)는 고(故) 김두홍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최근 제69차 회의를 열고 고(故) 김두홍 씨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재심 권고 결정을 내렸고, 김 씨의 아들 병현 씨가 재심을 청구했다.

김 씨는 친척의 초청으로 1980년 4월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체류하던 중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의 또 다른 친척을 만났다는 이유로 1982년 7월 20일 영장 없이 옛 제주경찰서에 강제 연행돼 17일 동안 구금된 후 조사를 받았다.

평소 그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지인이 '김 씨가 일본을 여행하면서 조총련 인사를 만나 간첩행위를 했다'는 허위 밀고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잡혀간 김 씨는 잠을 자지 못하는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허위 진술을 해야 했다. 결국 김 씨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법정에서 고문 등의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결백을 호소했지만 1심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3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김 씨는 2006년 정부로부터 6·25 참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지만 간첩 누명은 끝끝내 벗지 못하고 2004년 3월 눈을 감았다.

재판부는 "불법 구금과 고문 등 인권침해로 이어진 자백은 증거로서 능력이 없고, 허위 진술 강요는 재판부의 오판을 야기한다"며 "고문 등 불법 행위에 따른 피고인의 허위 자백 말고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무죄 판결 후 김 씨의 아들 병현씨는 "부친이 간첩 누명 벗어 기쁘다. (부친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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