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내연 관계 여성을 협박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내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이 파면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2부(김원목 부장판사)는 A 전 경위(50)가 인천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파면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1년 11월 2일 새벽 내연관계인 B 씨(46)에게 3시간 동안 통화를 하면서 협박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당시 B 씨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통화하면서 B 씨 아들의 약점 등을 빌미 삼아 "내 경찰 인맥을 총동원해 네 아들을 형사처벌 받게 해 장래를 망치겠다" "네 직장은 세무조사 받게 해 길거리에 나 앉게 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겁에 질린 B 씨에게 "네 아들은 살려줄 테니까 넌 극단적 선택을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B 씨는 A 씨와의 통화를 마친 당일 오전 8시 30분쯤 인천시 서구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서 경찰공무원 보통징계위원회는 A 씨가 2022년 6월 구속 기소되자 1개월여 뒤 파면 처분했다.
징계위는 "경찰공무원은 범죄를 수사하고 법을 집행하는 주체로 국민으로부터 공정한 법 집행과 공무 내외를 불문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할 것을 신뢰받는 위치에 있음에도 구속 수감이 됐다"며 "이로 인해 대대적인 경찰에 대한 비난 기사가 보도되게 하는 결과를 발생시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경찰업무 전반에 불신을 야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이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8월 소청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 심사 결과는 그로부터 2년 뒤에 나왔는데, 그 사이 형사 재판 결과도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A 씨의 협박죄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살교사죄에 대해선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A 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으나 모두 기각됐고, 상고도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아울러 소청심사위는 지난해 7월 A 씨의 소청 심사 청구를 기각했고, A 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법정에서 "형사재판에서 자살교사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 주장을 들어주지 않았다. 행정재판부는 "민사 또는 행정상의 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 이념과 증명 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며 "징계의 대상이 된 행위가 무죄가 선고됐다는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로 하여금 극단 선택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며 "원고의 행위는 국민의 수임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인품에 걸맞은 행위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봄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