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예쁜 옷 입고 나타나서는 백화점에 가 '조카 머리핀 사주려고 왔다'고 했어요. 착한 우리 딸 어떡해…."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 해역.
사단법인 0416단원고가족협의회가 참석한 선상 추모식이 마무리를 지어갈 무렵이었다.
마지막 순서는 국화꽃과 안산 단원고 앞에서 꺾어온 벚꽃 나뭇가지를 바다에 날리는 것.
이때 한 남성이 가장 먼저 갑판 쪽으로 다가가 "향매야!" 크게 소리쳤다.
주인공은 2학년 9반 배향매 양 아버지 배희춘 씨.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유가족 중 가장 먼저 눈물을 보였던 그는 넘실대는 파도를 향해 벚꽃 가지를 던지며 "향매야,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다. 네가"라고 말했다.
아버지 희춘 씨뿐 아니라 향매 양의 모든 가족은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그리움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향매와 자그마치 12살이 차이 나는 띠동갑 언니도 연신 눈물을 닦으며 "애교도 많고 귀여웠던 동생"이라고 그를 회상했다.
향매 양 언니는 "동생을 보면 말없이 마냥 안아주고 싶다"며 "너무 보고 싶다. 밝고 예뻤던 내 동생이 너무 그립다"고 전했다.

향매 양 어머니 진복순 씨는 "꿈에서 딸을 볼 때마다 깨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사고 후 한 달도 안 됐을 무렵 꿈을 꾼 적이 있다. 주방에서 밥하고 있었는데 향매가 캐리어를 끌고 돌아왔다. '사고 아니네. 이리 살아올 줄 알았다' 너무 반가워서 말하는데 결국 깨버렸다. 꿈이어서 너무 허무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최근에는 작년 4월에 향매가 꿈에 나왔다. 예쁜 옷을 차려입고 나타나 '조카 머리핀 사주려고 왔다. 백화점 가자'고 했다"며 "향매는 꿈에서도 너무 착했다. 이제는 흐릿해져서 자주 꿈에도 찾아오지 않는데 너무 그립다"고 덧붙였다.
2학년 9반 향매의 이름은 '세상 사람들에게 향기를 전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가족들은 벚꽃 가지에도 코를 대고 향미를 그리는 듯 계속해서 냄새를 맡았다.
늦둥이 막내인 향매는 애교가 많고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아이였다. 노란색을 좋아하고 조향사가 꿈이었던 향매를 기억하며 가족들은 벚꽃 나무 위에 샛노란 리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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