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산 주변이 온통 연기로 자욱했어.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벌벌 떨려."
4일 오전 찾은 전남 순천 송광면 신평리. 2년 전 발생한 역대급 대형산불에 검게 그을렸던 그날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산봉우리는 나무들이 듬성듬성 식재돼 초록빛을 잃고 마치 흙더미만 쌓아놓은 듯 보였다. 산 중턱과 도로 주변으로도 식재돼 있어야 할 나무는 보이지 않고 바닥에는 잿더미로 보이는 흙먼지만 날리고 있다.
'산불조심'이라고 적힌 현수막 수십장이 내걸려 있지만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 탓에 불이라도 난다면 순식간에 번질 것 같은 불안감도 느껴졌다.
2년 전 산불로 대피령이 내려졌던 송광면 신평리 평촌·산척마을 주민들은 그날의 화마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살아생전 처음 본 새빨간 불길을 마주한 주민들은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한 채 황급히 몸만 피해야 했고 초조한 마음으로 밤을 꼬박 새웠다.
신병식 평촌마을 이장(63)은 "당시 시뻘건 불길이 솟구치더니 온통 연기로 자욱했다"며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벌벌 떨린다"고 기억했다.
이어 "최근 영남 산불도 남 일 같지 않은 심정으로 불안감을 느끼며 보게 됐다"며 "자식들이 '절대 불 피우지 말라'고 하루에도 수십통씩 전화가 와서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송광면은 임야가 80%로 산불이 발생할 경우 큰불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인근에 국보 사찰 송광사도 위치해 있다.
또 다른 주민 박봉덕 씨(70·여)는 "산속에 있는 마을 주민들은 나이가 많고 거동이 불편해 불이 나면 대피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며 "시청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산불 예방 방송을 틀어대는 통에 모두 산불의 위험성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촌마을 주민들은 최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피해 지원을 위해 10만 원씩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전남 지역에서 최초로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된 순천 송광면 산불은 임야 190㏊(축구장 266개)를 태웠고 15억 원에 재산피해를 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이 확산되면서 인근 평촌·산척마을 주민 89명이 대피했다가 귀가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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