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 손톱 밑 DNA…진실은 남편의 연기로도 못가렸다

[사건의재구성] 고흥 60대 여성 변사사건…항소심도 징역 12년
남편, 여행객 잡고 다급한 척 "도와달라"…법원 "DNA는 대항흔"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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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2021년 12월 5일 오전 2시 전남 고흥의 한 마을. 밤낚시를 마치고 이곳을 지나던 한 여행객은 도움을 요청하는 A 씨(72)의 손에 이끌려 그의 집으로 갔다.

A 씨의 집 안에는 60대 여성 B 씨가 쓰러져 있었다. 여행객은 곧장 신고를 했으나 B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A 씨는 "제 아내인데 전날 밤 술을 마시고 새벽에 갑자기 저를 잡고 숨을 못 쉬었다. 도움을 요청하러 30분 넘게 밖에 돌아다니다 여행객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고 CCTV도 없었다. 수사기관은 시신에 남은 멍자국 등을 봤을 때 A 씨가 아내를 때린 것으로 봤다. 다만 직접 증거가 없는 터라 A 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A 씨 부부가 평소 사이좋게 지냈다는 지인의 진술, A 씨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사람을 데리고 온 행위. 피해자가 당뇨·고혈압 등 지병을 앓고 있던 점도 토대가 됐다.

상해로 끝날 것 같았던 수사는 검찰에서 갑자기 강력사건으로 전환됐다. 피해자의 손톱 밑에서 '남편의 DNA'가 검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A 씨는 30년 넘게 함께 산 아내 몸에서 DNA가 당연히 나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과학수사 끝에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A 씨는 "아내를 절대 죽이지 않았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순천지원에서 열렸어야 될 재판은 광주지법으로 넘어왔다.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기각한 재판부는 A 씨가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깨우는 과정, 인공호흡 과정, 시신 이동과정에서 상처와 DNA가 남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의학자들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일 가능성을 첫번째로 꼽았다. 손톱 밑에서 DNA가 검출된 것은 일상적인 부부생활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대항한 흔적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망 당시 피해자의 의복 상태와 자택 침입 흔적이 없는 것에 비춰볼 때 제3자의 개입은 없었고 피해자를 살해할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는 거실 탁자에 놓여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지 않고 약 50분간 주거지 인근을 배회한 것은 배우자의 사망 사실을 발견한 사람이 취한 행동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2형사부도 과거 피해자가 남편의 보험을 중도해지, 환급받는 등 경제적 갈등이 있었고 이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A 씨가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징역 12년형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살인 동기가 인정된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생명을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참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어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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