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산불에 영향을 미치는 3요소는 기상, 지형, 산림이다. 그중 사람이 유일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산림뿐이다.
숲가꾸기는 산림 내 연료 물질을 제거해 산불 위험성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번 의성 산불이 안동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주요 원인으로 불이 나무 윗부분을 타고 번지는 '수관화' 현상이 꼽힌다. 의성과 안동 지역 모두 가지치기나 솎아베기 등 숲의 밀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수관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풍을 타고 불똥이 마치 '도깨비불'처럼 번지는 비화 현상과 더불어 수관화 현상이 이번 역대급 산불 피해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 숲을 솎아베기해 숲을 가꾸면 산불로 인한 나무의 피해를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또 산림 내 빛 투과량을 늘려 산불에 강한 활엽수의 생육에도 큰 도움을 준다. 산불 피해 저감 숲 관리는 소나무 숲에만 적용하는 기술로서 수관화와 비화를 막아준다.
최근 산불 관리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대형화되지 않는 건강한 산림으로 가꾸는 예방 대책인 ‘솎아베기’, ‘연료 관리’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포함하는 '인프라법'을 통과시켰다.
또 ‘산불위기 대응, 지역사회 보호와 산림의 복원력을 개선하기 위한 산림관리 전략(2022∼2031년)’ 및 예산 확대를 통해 숲가꾸기를 활용한 산림관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0년부터 강원도 고성 소나무 숲에 △산불 피해 저감 관리 숲 △목재생산 관리 숲 △관리하지 않은 숲 등 목적별 숲 약 2.8ha를 조성해 숲의 환경 변화와 산불 확산 특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산불 피해 저감 숲이 관리되지 않은 숲보다 산불의 연료인 낙엽의 1년간 퇴적량이 39.7% 감소했다. 또한 숲 내 탈 수 있는 총연료량은 40.6ton/ha에서 22.0ton/ha로 감소했다.
또 솎아베기한 숲에서는 빛 투과량이 늘어 활엽수림이 17.6%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관리하지 않은 숲은 61%(120본 중 73본)의 나무에서 수관화가 발생한 데 반해, 산불 피해 저감 관리 숲은 30%(60본 중 21본)의 나무에서만 수관화가 발생했다.
산불 피해 저감 관리 숲에서는 산불이 낙엽층만 피해를 주는 지표화로 유도돼 확산 속도가 24.6m/분으로 관리하지 않은 숲의 35.4m/분보다 현저히 느려지는 효과를 확인했다.
캐나다에서도 연료 관리 효과 실규모 실험을 통해 수관화 형태의 산불 발생 이후 숲 관리를 한 산림에서 90배가량 산불강도가 약해지는 효과가 실제 확인된 바 있다.
숲 관리는 수자원을 함양하는 기능도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가 이루어진 숲에 비가 내릴 경우 나무의 수관층에 의한 빗물 차단량을 줄여 유입량을 늘리고, 키 작은 나무와 풀 등의 발달로 대기 중으로 증발하는 수분을 감소시켜 토양이 머금는 수분의 양은 늘어나게 한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산불 피해 저감 관리 숲은 산불 확산 속도를 낮춤과 동시에 수관화와 비화 발생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면서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게 관리하면 숲 내 빛 투과량이 증가해 활엽수 생육과 토양 내 수분함량 증대에 도움이 돼 산불에 강한 혼효림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2년 ‘제1차 치산녹화 계획’ 수립 당시에 우리나라는 전체 산림면적 667만㏊ 중 83만㏊(12.5%)에 나무가 없었고, 임목축적(산의 나무량)도 10.6㎥/㏊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토녹화에 성공한 이후 우리나라의 산림 임목축적은 172.4㎥/㏊(1972년 대비 15.6배)로 늘었다. 매년 최소 3%씩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단위면적(ha)당 산림자원(임목축적) 증가율 196%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산림청은 2922년 울진-삼척 대형산불을 계기로 산림내 연료물질 제거를 위한 산불예방 숲가꾸기를 확대하고 있다.
산불예방 숲가꾸기 실적을 보면 2021년 6293ha, 2022년 1만1412ha, 2023년 1만4417ha, 2024년 2만3765ha 등 2021년~2024년 총 5만5887ha에 이른다.
pcs4200@news1.kr
편집자주 ...사상 최악의 3월 대형 산불은 산림청도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더 이상 기후위기 탓만 할 수 없다. 뉴스1은 총 5회에 걸쳐 산불 진화 체제의 현주소와 산불이 남긴 과제 등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