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날씨마저 안 도와줘요"…경북 산불 이재민 밤새 추위에 '선잠'

이재민 3773명 대피소 생활

본문 이미지 - 지난 22일 경북 산불 발생 이후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진 밤을 보낸 안동시 길안지역 주민들이 30일 길안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22일 경북 산불 발생 이후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진 밤을 보낸 안동시 길안지역 주민들이 30일 길안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동=뉴스1) 김종엽 기자 = "삶의 터전을 잃어 이렇게 피신해 있는데 날씨마저 도와 주지를 않으니 괜히 서럽더라구요."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화한 경북 산불 이후 처음 영하권으로 떨어진 30일 오전 9시 안동시 길안중학교에 마련된 주민대피소.

밤새 체육관 내 난방기가 돌아가고, 지원된 담요로 큰 추위는 겪지 않았지만 대피 주민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의성발(發) 산불로 피해를 입은 경북 5개 시·군의 이날 오전 최저기온은 청송 -6도, 의성 -5도, 영양 -4도, 안동 -3도, 영덕 -1도로 화마가 확산된 이후 처음으로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런 화마로 몸만 빠져 나왔다는 대곡2리 A 씨(75·여)는 "대피 생활이 일주일 정도 되니까 어느 정도 적응이 된다"며 "어제 오후부터 자원봉사자들이 날씨가 추워진다며 담요를 추가로 공급해줘 그나마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는 "40년 동안 재배해 온 사과나무가 다 타 버렸다"며 "지난해 욕심을 내 3000평(9900㎡)을 늘린 것이 이렇게 후회가 될 수 없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구수2리에서 대피를 왔다는 B씨는 "지원이 잘된다고는 하지만 내 집만 하겠느냐"며 "날씨가 추워진다고 해 어제 겨울 옷가지 몇 벌을 챙기기 위해 집에 들렸는데 후회만 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대피소에만 있을 땐 괜찮았었는데 폭삭 내려앉은 집을 보고 가슴이 떨려 밤새 잠을 못 잤다"며 불안해 했다.

역대급 피해를 남긴 산불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경북도가 임시 주거시설 등 잇따라 향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일이 걸리는 사업이기에 당장 거처가 필요한 이재민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이번 산불로 5개 시·군의 주택 3369채가 불에 타 3773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중 안동의 주택 피해는 1092채로 이재민은 1978명이다.

kim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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