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간송미술관은 9일부터 5월 25일까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부채 그림과 부채 글씨를 선보이는 특별전 '선우풍월'(扇友風月: 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4년 봄을 시작으로 2026년 가을까지 '간송 컬렉션의 구축과 형성 과정'을 재조명하는 3개년 계획의 세 번째 기획전이다. 특히 1977년 5월 간송미술관 개관 6주년 기념으로 열렸던 부채 전시 이후, 48년 만에 개최되는 부채(선면) 그림 특별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7일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소장하고 있는 총 133점의 부채 그림 중 엄선된 54건 55점의 대표작품을 처음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3건 23점은 최초 공개다. 대중에게 친숙한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우봉 조희룡의 부채 그림과 글씨가 관객을 맞이한다. 또한 오세창, 안중식, 조석진 등 근대 서화 거장들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부채는 우리 선조에게는 단순한 여름 일상용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람을 보내며 이상적인 인물, 아름다운 산수, 다양한 동식물의 풍류를 즐겼다. 또한 친밀한 벗과 정담을 나누는 서신이 되기도 했다.

전시의 시작인 2층 전시실에서는 조선과 청대의 선면화 총 24건 25점을 만날 수 있다. 산수화, 사군자, 화훼영모화(동식물 소재 그림) 등이 그려진 부채에서 소소한 아름다움을 지향했던 선비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추사 김정희와 추사학파와 교류했던 청나라 문사들의 작품들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냉금지로 꾸며진 빈 부채용지 1건 1점이다. 냉금지란 금이나 은, 놋쇠, 구리 등의 금속조각을 붙여서 장식한 종이다. 이는 부채가 일상용품의 의미를 넘어 문인들 사이에 교류에서 주고받던 고급 선물 용도로도 기능했음을 보여 준다.
조선의 선면 서화는 모두 조선 후반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총 14건 14점 중 6건 6점이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19세기 문인화가 한용간, 윤정, 조희룡, 18세기의 문인화가 이윤영, 이양천, 홍낙순 등의 작품이 이번에 첫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추사학파 인물들과 교류했던 청나라 문사들의 작품 총 9건 10점도 공개된다.

1층 전시실에서는 두 유형의 근대 선면 서화 29건 29점이 진열된다. 첫 번째 유형은 20세기 초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미술교육기관인 서화미술회와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인 단체인 서화협회에서 활동했던 근대 서화가들의 작품 25건 25점이다. 이 중 6건 6점은 최초 공개다. 두 번째 유형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간송과 교유했던 김태석, 백윤문, 배렴, 이기우가 전형필에게 선물한 4건 4점의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부터는 매일 2회 운영 되어온 사전 도슨트 프로그램을 3회로 확대하여 운영한다. 이는 전시 관람에 앞서 전문전시해설사에게 간송 전형필과 간송미술관, 그리고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 무상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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