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재 정선은 색채의 대가이자 마술사였습니다. 한 예로, 정선은 율곡 이이가 소를 타고 절을 찾는 모습을 담은 '사문탈사'를 그리면서 분홍색을 사용했는데, 당시 연핑크를 쓴 화가는 없었습니다."
(용인=뉴스1) 정수영 기자 =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 '겸재 정선' 개막을 앞두고 31일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정선이 색을 굉장히 잘 썼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겸재 정선' 전은 정선을 주제로 개최된 전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등 18개 처의 기관과 개인의 소장품 총 165점(국보 2건, 보물 7건 57점, 부산시 유형문화재 1건)을 선보인다.
정선은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화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관을 개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진경산수화를 정립, 당대는 물론 후대 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진경산수화란 우리나라의 산천을 직접 답사하고 소재로 해서 그린 산수화를 뜻한다.

이번 전시는 정선의 대표작인 진경산수화를 비롯해, 사대부의 정취를 보여주는 관념산수화, 옛 선인들 이야기를 그린 고사인물화, 화조영모화(꽃과 새, 동물 등을 그린 작품), 초충도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성취한 정선의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조지윤 연구실장은 "'정선의 모든 것을 보여주자'가 전시의 의도였다"며 "이렇게 많은 작품을 통해서만이 정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관람객들이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 2부로 나누어 열린다. 1부 '진경에 거닐다'에서는 정선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의 흐름과 의미를 조명한다. 정선이 처음 그리기 시작하고 다양하게 변주한 금강산과, 정선이 나고 자랐던 한양 일대를 그린 작품들이 중심이다. 그 외에도 개성, 포항 등 여러 지역의 명승지를 통해 정선 진경산수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2부 '문인화가의 이상'에서는 진경산수화 외에도 문인화, 화조화 등 정선이 그린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정선이 갖고 있던 문인 의식과 집안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리움과 호암미술관에서 펼쳐진다.
먼저,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실장이 진행하는 큐레이터 토크가 4월 9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열린다. 청소년을 위한 단체 자율 감상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하루 5회 운영된다. 또한 전시 동안 매일 오후 2시, 4시에 50분간 전시 설명 도슨트도 진행된다.
'겸재 정선' 전은 오는 4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