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약 30년간 베테랑 '홍보맨'으로 일해온 이영균 에브라임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미래는 디스토피아"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자신이 몸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분야는 10년 내 AI 마케터가 장악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요즘 관심사의 8할은 AI인 듯 보였다.
'공감능력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비하라'(새빛 출판)는 이 대표가 9년 만에 펴낸 4번째 책. 그는 이 책에서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역량은 '공감 능력'이라고 강조하며, 상대에게 공감을 얻는 대화법을 집중 조명한다.
신간 출간 기념으로 최근 만난 그에게 왜 갈수록 공감능력이 더 중요해지는지, 공감능력은 어떻게 개인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직업이 살아남게 되는지 등을 물었다.
-CJ ENM, 오리온 등에서 인정받는 '홍보맨'으로 일했다. 에브라임커뮤니케이션을 세운 이유는.
▶기업에서 홍보맨에게 요구하는 건 '리스크 매니징'(위험 관리)이다. 28년 동안 주로 그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전문가가 되긴 했지만, 계속하고 싶진 않더라. 개인적으로 '리스크 매니징'보다는 '이슈 메이킹'이 더 즐거웠다. 화제를 만들어 내는 일이 참 좋았다. 콘텐츠를 띄우는 쾌감과 희열은 엄청나다.
-그렇게 '띄운' 콘텐츠엔 어떤 게 있나.
▶'응답하라' 시리즈다. '응답하라 1997'은 화려한 제작진들로 시작했는데도 시청률이 1% 정도밖에 안 나왔다. 작품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홍보했다. 성동일 이일화 배우 인터뷰도 여러 번 진행했다. 결국 비행기 이륙하듯 시청률이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이는 데 선한 영향을 주는 책을 쓰고 싶었다. 30년간 홍보맨으로 수만 명의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삶의 지혜도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었고. 원고를 쓰다 보니 이 내용이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인 '공감'과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능력은 다른 사람들과 차이를 만들어 내는 개인의 경쟁력이 될 거다.
-공감능력이 어떻게 개인의 경쟁력이 될 수 있나.
▶공감능력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가 남에게 공감하는' 능력이고, 또 하나는 '상대가 나에게 공감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이 책은 후자를 다룬다. 상대가 나에게 공감하도록 하려면 가장 중요한 열쇠는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다.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누적되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경쟁력이 된다. 개인의 '몸값'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거고.
-공감능력이 몸값까지 결정한다고?
▶그렇다. AI 시대에는 공감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직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일만 잘하는 AI가 아니라 나에게 공감해 주는 이에게 몰릴 거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사람의 가치는 높아지지 않겠나.
-미래에는 AI도 공감능력을 장착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감은 각 개인이 자기 경험을 통해 생성된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경험은 '나'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거쳐 생겨난다. AI가 타인의 존재를 인식한다고 한들, 인터랙션을 통한 생각을 '경험'으로 받아들일까. '데이터'로 인식하지 않을까.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의 공감능력을 갖추는 건 아마 불가능할 거다.
-책을 보면, AI의 발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생산성 향상 등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 않나.
▶AI가 가져올 미래는 디스토피아라고 생각한다. 10년 안에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직업이 AI의 위협을 받을 거라고 본다. 이건 인간 생존의 문제다.
-AI가 장악할 미래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뭐라고 보나.
▶먼저는 AI나 로봇과 관련된 전문적인 직업이다. 이 분야의 프로그래머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AI와 로봇이 발전하면 할수록 일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 '경험'과 '느낌'의 영역에 있는 직업들이다. 스포츠맨, 가수, 뮤지컬 배우 등 경험을 전달하거나 경험하게 만드는 직업도 살아남을 거라고 본다.
-AI의 위협 가운데서도 홍보마케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 어떤 젊은 친구들은 '검색하면 되는데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검색을 통하면 데이터나 정보는 얻을 수 있지만, 지식수준에 도달하긴 어렵다. 내가 충분한 지식을 갖춰야 AI에 명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지 않겠나. 책을 많이 읽어야 AI를 잘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AI 시대를 장밋빛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AI가 지배하는 사회는 아주 삭막한 세상이 될 거다. 우울증을 앓는 이들도 많아질 거고. 우리가 서로 공감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시대가 될 듯싶다. 그러니 공감능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jsy@news1.kr
편집자주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책은 전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부터 각 분야 유명인사와 스타들 및 이웃들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탄생합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각양각색의 도서들을 만들어낸 여러 저자 및 관계자를 직접 만나, 책은 물론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