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외국계 벤처캐피탈(VC)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했으면 돈을 보내야 합니다. 이때 한국은행이나 외국환은행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 절차에 대해 외국계 VC들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외국계 VC 관계자)
외국 투자자 혹은 투자회사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겪는 애로사항 중 하나로 복잡한 행정 절차가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이와 같은 행정 업무를 대신해 주는 '벤처투자외환센터'를 하반기 중 마련할 예정이다.
11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벤처투자외환센터의 목표 개소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정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외국환 업무를 취급하는 시중은행과 협의에 나선 상태다.
현재 외국 투자자 및 투자회사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려면 외국인투자법과 외국환거래법 등에 의해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 기업에 대한 지분율이나 임원 선임 가능 여부 등에 따라 '외국인투자'나 '비거주자'로 구분되는데, 외국인투자는 외국인투자법, 비거주자는 외국환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문제는 외국인투자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외국환거래법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라 투자 방식 등에 따라 신고 창구가 달라지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외국인투자로 분류된 경우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혹은 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하고, 비거주자는 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다만 비거주자의 증권 취득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방식이라면 한국은행에 직접 신고해야 한다.
이처럼 신고 절차가 까다롭고 담당하는 기관이 여러 곳으로 번거로운 탓에 외국계 벤처캐피탈은 국내 벤처투자를 어려워했다.
이에 중기부는 지난해 10월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을 발표하고 분산된 외환거래 신고 절차를 통합 대행하는 '글로벌 벤처투자 통합신고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중기부는 민간 외국환은행과 협업해 '벤처투자 특화 지점' 지정을 추진하고 해외 투자자 대상 외국환거래 및 세무신고 통합 매뉴얼을 발간하겠다고 했다.
벤처투자외환센터는 이에 대한 구체화 방안으로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벤처투자외환센터 운영을 위한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하반기 문을 열 예정인 벤처투자외환센터는 우선 해외 투자자의 투자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VC 업계는 복잡한 투자 과정을 해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금 회수(엑시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절차의 번거로움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VC를 운영하는 한국인 대표는 "한 미국 VC는 투자 당시 주식 수와 엑시트할 때 주식 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문제가 생겨 로펌을 고용하고 6개월간 다툰 뒤 페널티까지 받으면서 돈을 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험을 하면 미국 VC들은 다음부터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 사무소를 둔 외국계 VC 관계자 A 씨도 "자금 회수를 할 때 투자 신고와는 다른 거래 신고를 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외국계 VC들 대부분이 모른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VC들은 신고 절차만 간단해지더라도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 씨는 "투자 절차의 어려움 때문에 처음부터 한국 기업을 들여다보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며 "해외 투자 관련 원스톱 서비스나 매뉴얼이 구축돼 있는 싱가포르에 자본이 집중되는 사례를 보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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