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CVC 통계 불확실…기업 내 투자 부서 실적은 안 잡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24 한국의 CVC들' 보고서 발표
벤투사·신기사만 정부 통계에…사내 CVC 규모 무시 못 해

본문 이미지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보고서(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보고서(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정부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투자 통계에 '기업 내 전문 투자부서', 이른바 '사내부서 CVC'의 투자 활동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내부서 CVC가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규모가 큰 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독립법인 CVC'인 벤처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의 투자 실적만 통계에 활용하고 있어 CVC 생태계를 분석하는 데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 20일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자료는 민간 벤처투자통계 플랫폼 '더브이씨'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보고서는 CVC의 정의를 △독립법인 CVC △사내부서 CVC △펀드출자 CVC로 구분했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의하는 CVC보다 구체적인 기준이다. 중기부는 CVC를 '비금융 기업집단이 최대주주로서 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있고 모기업의 출자를 받아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투자회사 또는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로 정의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정의한 CVC 중 하나인 독립법인 CVC는 중기부가 정의하고 있는 CVC 기준과 부합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독립법인 CVC를 '비금융 일반기업이 출자해 별도 설립한 독립적인 투자회사와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으로 정의했다.

반면 사내부서 CVC는 벤처캐피탈이나 신기사 라이선스가 없는 '기업 내 별도 부서'지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곳을 의미한다. 현재 이들의 스타트업 투자는 중기부의 통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D2SF나 현대차의 제로원벤처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펀드출자 CVC는 '민간 벤처캐피탈이 결성하는 펀드에 비금융 일반기업이 유한책임출자자(LP)로서 출자하는 자금'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의 LP 풀은 외부 공표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에서는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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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보고서(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사내부서 CVC 규모 큰데…정부 통계에서는 제외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벤처투자에서 CVC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약 30%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사내부서 CVC'가 차지하는 비중은 독립법인 CVC와 견줄 정도로 상당하다.

벤처투자가 활발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사내부서 CVC의 투자 규모가 독립법인 CVC의 투자 규모를 앞지르기도 했다. CVC 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2021년 당시 사내부서 CVC의 투자액은 2조 5659억 원, 독립법인 CVC의 투자액은 2조 2107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벤처투자 혹한기로 평가받는 2023년부터는 사내부서 CVC의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기준 전체 CVC 투자는 1조 9697억 원이었는데 독립법인 CVC가 1조 1693억 원, 사내부서 CVC가 8004억 원을 기록했다. 사내부서 CVC의 경우 기업 전략에 따라 투자 여력이 달라지기에 최근 불경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처럼 사내부서 CVC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투자 비중이 큰 데도 불구하고 중기부의 CVC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기부의 CVC 통계는 벤처투자회사와 신기사 라이선스가 있는 곳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기부는 2023년 10월 당시 '2022년 CVC 투자 실적은 2조 7000억 원'이라고 발표했지만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그보다 한 달 전에 4조 5000억 원이라고 집계했다. 민간과 공공 통계 사이에서 약 1조 8000억 원 규모의 오차가 발생했다. 원인으로는 사내부서 CVC의 통계 누락이 지목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일반기업이 전략적 목적으로 보유 현금에서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중기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이 금액이 많게는 2022년 2조 8000억 원을 기록한 적이 있어 상당한 통계 왜곡이 발생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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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늘긴 했는데…국내 기업·해외 기업 구분 없는 통계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적하는 범부처 벤처투자 통계의 문제점은 또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벤처투자 통계에는 이들이 투자한 기업이 국내 기업인지 해외 기업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 발표에서는 전체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세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투자 자금이 해외 기업으로 쏠리고 있어 국내 스타트업 시장은 여전히 자금난을 겪는다는 주장이다.

중기부가 2022년 CVC 투자 실적을 발표했을 당시 벤처투자회사의 투자 실적은 1조 1000억 원으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집계한 1조 2000억 원과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신기사의 투자 실적은 중기부가 1조 6000억 원,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4000억 원으로 집계해 차이가 컸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최근 해외 투자가 많이 늘었다는 투자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감안할 때 중기부 발표 범부처 벤처투자 실적의 상당 부분이 국내가 아닌 해외 투자 실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벤처투자가 안정적으로 회복세라는 중기부의 발표는 투자회사 관점에서는 맞을지 몰라도 국내 창업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의 대·중견기업 협업을 통한 스케일업 정책을 고려한다면 사내부서 CVC의 투자 현황과 투자 행태를 이해하고 정책 입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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