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북미 시장 침체로 나란히 실적 악화를 겪은 대동(000490)과 TYM(002900)이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에 힘을 쏟는다. 북미 시장 규모가 줄고 있는 가운데 판매량을 지켜 시장 영향력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선두 농기계 업체인 구보다와 존디어가 북미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양사가 내세운 '점유율 10%' 전략은 업계 상위권 도약을 위한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동과 TYM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대동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41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5억 원으로 74.8% 감소했다.
실적 악화는 TYM도 비슷하다. TYM의 지난해 매출액은 78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53억 원으로 80% 감소했다.
양사의 영업이익이 매출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북미 트랙터 시장의 침체와 이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 증가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북미 트랙터 시장은 전년 대비 약 13% 감소했다. 이에 농기계 업계는 현지 유통망을 보유한 딜러 업체를 통해 제품 할인·이자율 인하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글로벌 해상 운임이 증가한 것도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동부 시장 기준 2TEU(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평균 482만 원이던 해상 운임은 지난해 평균 651만 원으로 증가했다.

양사는 북미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지 시장 점유율 10% 이상 달성'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북미 시장 1위, 2위인 구보다와 존디어를 제외하면 모든 업체가 한 자릿수 점유율로 경쟁하고 있는 만큼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동은 지난해 100마력 이하 트랙터 시장의 점유율을 8.7% 기록했다고 자체 추산했다. 이는 1993년 대동 북미 법인이 설립된 이후 최대 기록이다. 2020년 5.4%였던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해당 점유율은 미국의 건설·농업·산업용 장비제조업협회인 'AEM'이 제공하는 전체 트랙터 판매량 데이터 중 자사 트랙터 판매량을 계산해 산출한 수치다.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위해 대동은 미국 동부 지역에서 주로 펼쳐 왔던 사업을 서부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주요 거점은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워싱턴주 텀워터의 신규 창고다. 4월에 문을 열 이곳은 트랙터 3200대를 보관하고 연 2000대의 작업기를 조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전망이다.
미국 서부 지역은 마진율이 높은 중·대형 트랙터의 수요가 높기 때문에 기존 모델과 더불어 130~140마력대의 프리미엄 모델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60마력 이하의 중소형 트랙터 점유율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간다.

TYM도 올해 목표로 북미 시장 점유율 10% 이상 달성을 내세웠다. TYM 자체 추산에 따르면 현재 북미 시장 점유율은 8.5%다.
이는 TYM 자체 브랜드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는 상품 판매량까지 포함한 수치다. 더욱이 대동이 제외한 100마력 대 이상 트랙터 판매량까지 포함한 수치라 더 의미가 있다.
TYM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난해 8월 미국 동부 지역의 유통망을 강화하며 기반을 닦았다. 미국 서부 등 신규 지역 확장보다는 기존에 사업을 펼치던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 남동부 지역인 조지아 주가 북미 시장 공략의 거점 역할을 해왔으나 지난해 문을 연 펜실베이니아주 블룸스버그의 'Northeast 캠퍼스'가 북동부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신규 거점은 현재 캐나다 동부까지 넓혀 트랙터 공급과 부품 판매를 맡고 있다. 향후 제품 조립도 이곳에서 이뤄질 계획이다.
북동부 지역의 신규 거점은 기존 남동부 지역 거점과 연계해 물류 효율성 개선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TYM은 현지에 공급할 트랙터 라인업도 지속해서 확대 중이다. 20마력대 소형 트랙터부터 50마력대 중소형 트랙터 신제품을 선보여 동부 지역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출시한 58마력 규모의 'T4058P' 트랙터는 최고급 제품에 탑재되는 텔레매틱스 기능을 기본 옵션으로 추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최대 농기계 시장인 북미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가져간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업계가 10% 점유율을 목표로 내세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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