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술 도둑질 막는다"…법 개정 스타트(종합)

비밀유지계약 의무화 범위 협상·제휴까지 확대
민간기업 출연금으로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방지를 위한 상생형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사업 협약식’에서 협약기업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7.11/뉴스1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방지를 위한 상생형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사업 협약식’에서 협약기업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7.11/뉴스1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의 기술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비밀유지계약(NDA)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부당한 기술 요구를 방지하는 등 법적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중기부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상생형 기술유출방지시스템'도 구축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출연하는 상생 기금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보안 비용 부담을 낮추는 사업으로 중기부는 5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기부는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상생 협약식과 스타트업 의견 청취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중소기업을 향한 기술 침해는 우리 경제의 혁신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불공정 행위"라며 제도 개선과 대기업의 상생 의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밀유지계약 의무화 범위 확대…중기부, 법 개정 추진

중기부에 따르면 최근 스타트업이 기술 탈취 문제로 중기부에 행정조사와 분쟁조정을 신청한 건수 및 비중은 2022년 11건(29.7%)에서 지난해 23건(50%)으로 증가했다.

고소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기소율은 21%로 일반 형사 사건의 절반 수준이며 무죄율은 10배에 달한다.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은 평균 6000만 원에 그치는 상황이다.

피해 보상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기술 침해를 경험한 44%의 중소기업은 별도의 법적 대응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중기부는 △비밀유지계약 의무화 범위 확대 △기술 요구 절차 강화 △행정조사 조치 수준 강화 △기술개발 투입 비용까지 손해배상 인정 등 4가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수위탁거래에만 의무 사항으로 적용 중인 비밀유지계약은 협상과 제휴 등 모든 계약 관계로 확대한다.

기술은 반드시 서면으로만 요구하고 협상이 끝난 후에는 기술을 돌려주거나 폐기하도록 해 부당한 기술 요구를 방지한다. 또 협상 과정의 기술 요구 절차를 강화해 다양한 법적 의무 신설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시정 권고 수준이었던 행정조사 조치 수준을 시정명령으로 대폭 강화하고 손해액의 배상 범위를 기술개발 투입 비용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방지를 위한 상생형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사업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방지를 위한 상생형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사업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스타트업 "기술보호법 개정 환영…손해액 현실화해야"

이와 같은 중기부의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 방향에 대해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스타트업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대표는 "비밀유지계약 의무 범위를 넓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실제 법으로 추진한다는 것에 대해 다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간담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비밀유지계약 대상에 협상과 제휴도 필수 조항으로 추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최소한의 장치인 비밀유지계약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되든 안 되든 시도를 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실제로 대기업으로부터 기술 침해 피해를 입은 스타트업들이 주로 참석해 손해액 산정에 대한 부분이 비중 있게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기술 탈취로 올린 매출에 대해 일정 비율만큼 스타트업에 지불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실현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며 "손해액 보상 규모가 너무 적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개선안 자체뿐만 아니라 영업비밀보호법 등 기존의 다른 법안과 상승 작용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술유출 방지시스템 구축…민간이 힘 보탠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중기부는 △LG생활건강(051900) △GS리테일(007070) △KT(030200) △한국동서발전 △부산항만공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상생 협약식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이들이 출연한 상생 기금을 활용해 상생형 기술유출방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기존에 운영하던 기술유출 방지 지원 사업은 참여를 희망하는 중소기업이 비용을 50% 부담해야 했지만 이번 상생형 기술유출방지시스템은 △정부 40% △대기업·공공기관 40% △중소기업 20%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비용 부담을 낮췄다.

이로써 PC·문서 보안 솔루션, 백신, 방화벽, 정보보안 클라우드 등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참여가 증가할 전망이다.

오영주 장관은 "기술 유출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달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대기업은 물론 협력사의 기술보호 역량을 향상해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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