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구독하세요"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한 달에 2000원도 채 안 되는 구독료를 내면 여행사만 볼 수 있는 '원가'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300만 개 숙소 예약을 제공하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이 등장했다.
해외 기업도 아닌 국내 토종 OTA인 '올마이투어'다. 고물가 시대 흐름에 '갓성비' 여행 수요에 맞물리면서 설립한 지 3년째인 지난해 연간 매출은 260억 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수익성 개선으로 적자 폭을 1100%가량 감소시켰다.
짧은 시간 내에 눈부신 활약을 하는 올마이투어의 석영규, 정현일 공동 대표를 만나 보았다.
올마이투어는 이미 OTA가 포화 상태에 코로나19가 극심하던 2020년 말에 시작했다. 이러한 무모한 도전에는 업력이 도합 40년 되는 공동 대표들의 '이유 있는 계획'이 있었다.
대한항공에서 글로벌 마케팅직과 자카르타 지점 부지점장에 이어 이스타항공 조종사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석영규 대표와 국내 3대 인바운드(외국인 유치) 여행사를 운영해 온 정현일 대표는 '기존 OTA의 틀'을 깨기 위해 손을 잡았다.
석 대표는 "여행이 불가능한 시점을 기회로 삼고 기존 판도를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여행객이 불편했던 것과 숙소 운영자, 여행사들의 고민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올마이투어의 이색 행보는 B2B(기업과 기업의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의 거래) 둘 다 잡는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는 것이다.
우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많은 현지 여행사, B2B 공급사, 기업체 전문 여행사, 해외 항공사, 해외 커머스(상거래) 등 다양한 B2B 채널에 '클라우드 채널링 솔루션'을 판매했다.
해외 공급사(여행사)들에 문턱이 높은 국내 숙소 직계약을 이어줬고 반대로 국내 숙소를 해외 공급사와 이어줬다.
여행객에게는 계약을 맺은 공급사와 숙소를 통해 확보한 '최저가'를 보장하고 있다.


다양한 올마이투어의 서비스 중 단연 효자는 어썸 멤버십이다.
전 세계 호텔과 리조트, 펜션 등 다양한 유형의 숙소들을 '공급 원가'로 예약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이다. 회원으로 가입만 해도 '최저가'로 제공하지만, 유료 구독자에게는 약 130만 개의 숙소를 타 OTA 플랫폼에서 노출하지 않는 '원가' 그대로 제공한다.
석 대표는 "'원가'라는 것은 세금과 봉사료 등 공급가 대비 15~25%나 되는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쉽게 말하면 '여행 분야의 코스트코'로 오픈된 공간이 아닌 오직 유료 구독자들만을 위해 300만 개의 숙소를 상시 '특가'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멤버십의 특별한 점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OTA에서는 첫 시도라는 데 있다. 이 분야에서 있어서 아시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석 대표는 "전 세계 여행 예약 시장의 5%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의 이드림스가 대표적인 구독형 OTA"라며 "해당 서비스는 항공권도 판매하고 있어 연 110유로(약 17만 4000원)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유료 회원은 전년 대비 약 290% 증가했고 회원 1인당 평균 숙박 일수는 5.7박에 달한다. 전체 회원의 절반가량이 연간 구독을 이용 중으로 멤버십 해지율은 7.8% 수준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엿볼 수 있다.
마케팅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다른 분야보다 월등히 저렴한 구독료를 보장하게 됐다. 월 1900원, 연간 1만 9000원이다.
어썸 멤버십 이전, 올마이투어를 세상에 처음 알린 서비스는 따로 있다. 바로 '얼리버드 바우처'로 뜻 그대로 '선구매 숙박 이용권'이다. 여행 일정과 투숙일을 정하지 않고 타 OTA 대비 15~30% 저렴한 최저가에 숙소를 판매한다.
놀랍게도 이 바우처를 내놓은 시기는 여행 재개 시점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할 때였는데 '대박 행진'을 기록했다.
날짜를 미리 정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OTA 업계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에서 판매해 2년 넘게 여행을 갈망한 30~50대 여성 여행객들에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 호텔들 역시 공실률에 대한 고민을 덜면서 해당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이에 기존 OTA 예약 시스템 대비 구매 전환율은 약 6배 이상이나 되는 성과를 이뤘다.
석 대표는 "팬데믹 당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지난 3년간 국내 5성급 호텔과 1200회가 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며 "마치 배송상품 판매하듯이 숙박상품을 판매 가능한 확장성으로 커머스와의 협업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얼리버드 바우처는 카카오 플랫폼 내 2년 연속 여행상품 거래액 1위를 달성했고 'CJ온스타일', 'SSG닷컴'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올마이투어는 최종 목표는 '전 세계 인구 1%가 사용하는 글로벌 OTA'이다.
즉,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아우르는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화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 시장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석 대표는 "올해는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6개국 버전으로 확대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미 구글과 연동으로 하루에 1000~2000명의 외국인 이용객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간편결제 시스템과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연동하기 위한 준비는 이미 끝난 상태이다. 이를 위해 홍콩 지사를 설립했다.
이에 더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 시장에서 1등 '베드뱅크'를 목표로 삼고 있다. 베드뱅크는 호텔과 특별요금 등을 협상하거나 숙박 시설을 매매하는 업체로 사실상 국내에 자리 잡은 곳이 없는 실정이다.
정 대표는 "국내 인바운드 시장을 20년 봐왔지만, 이미 온라인화된 아웃바운드와 달리 5%를 제외하고 여전히 '오프라인'화 되어 있다"며 "여전히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바운드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OTA들과 차원이 다른 것은 올마이투어는 매출 200억 중 40% 이상이 인바운드인 만큼 실제 실행하고 물량을 만들어 냈다"며 "앞으로 항공을 제외하고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인바운드에 있어서 1등 OTA가 되겠다"고 자신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