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인스파이어는 한국 문화관광의 수준을 높이는 글로벌 복합리조트입니다. 한국형 복합리조트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인스파이어의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2024년 3월 5일.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인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리조트(인스파이어) 공식 개관식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참석해 축사한 내용이다.
문체부 장관이 민간 리조트 개장 행사에 참석한 사례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기에 유 장관의 개관식 참석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유 장관은 영종도에 자리잡은 인스파이어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시장에 기여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에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만 1년이 되기도 전에 인스파이어는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영권을 채권자인 베인캐피탈에 박탈당하고 말았다.
베인캐피탈은 인스파이어 영업을 지속할 것이며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확대 후 매각' 수순을 밟는 것이 일반적인 사모펀드 특성상 베인캐피탈은 인스파이어의 사업 효율화를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즉 경영권 교체와 함께 유인촌 장관이 강조했고 인스파이어 측에서도 의지를 보였던 '대규모 투자'를 통한 한국형 복합리조트 조성은 쉽지 않은 형국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스파이어의 국내 운영회사 MGE코리아리미티드의 경영권이 미국 리조트 전문기업 모히건사에서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로 넘어갔다.
외신 등에 따르면 모히건 측은 베인캐피탈로부터 MGE코리아리미티드의 지분을 담보로 2억 75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대출받았지만 특정 약정을 지키지 못했고 베인캐피탈은 인수 권리를 행사해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됐다.
인스파이어 측은 베인캐피탈로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 상황에 대해 "베인캐피탈은 초기 개발 단계부터 협력을 이어온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이번 변화를 통해 더욱 견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인스파이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베인캐피탈 측은 기존 인스파이어의 임직원은 물론 기존 사업 운영을 충실히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에임브리지, 어웨이데이, 애플 레저, 버진 보이저스 등 글로벌 호텔·리조트 기업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인스파이어의 경쟁력을 키워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베인캐피탈 관계자는 "기존(모히건사 운영 당시) 운영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험을 활용해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며 "카지노, 호텔, 식음료(F&B),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VIP 고객 유치, 프리미엄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단기 효율화 중심의 경영을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베인캐피탈 측이 2046년까지 6조 원을 투자해 동북아 최대 규모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겠다는 인스파이어의 장기 로드맵을 제대로 수행할지는 의문이다. 베인캐피탈 측은 구체적으로 해당 내용에 대한 발표를 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투자 회수 기간이 정해져 있는 점, 직접 경영보다는 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에 목적이 있다"며 "따라서 한국의 관광산업이나 복합리조트의 경쟁력, 지역사회와의 조화로운 개발 등이 베인캐피탈의 경영 가치에 우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인스파이어가 개장 1년도 안돼 경영권을 넘기게 된 것은 실적부진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개장 당시 파라다이스(034230), 롯데관광개발(032350), 그랜드코리아레저(114090)(GKL)가 주도하는 외인 카지노 업계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9월 결산법인인 인스파이어의 2023년 10월~2024년 9월까지 연간 실적을 보면 219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56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4년 2월 국내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개장하고 대규모 공연 등 이벤트를 유치하며 모객에 나섰지만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이는 공식 개장이 지난 2024년 3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회계기간이 6개월에 불과했다는 점, 그리고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 힘든 '개장 첫해'라는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종업계가 지난 2024년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는 점이 뼈아프다.
인스파이어와 같이 영종도에서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는 202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결기준 매출액 1조 원을 돌파했다. 마케팅 강화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043억 원으로 30% 증가했다.
영종도 소재 파라다이스시티 별도 실적과 비교해도 차이는 두드러진다. 파라다이스시티의 매출액은 5393억 원, 영업이익은 747억 원을 기록해 개장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또 다른 외인 카지노 업체 롯데관광개발도 2024년 3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제주 직항 노선 증가 등으로 외국인이 늘며 카지노 부문에서만 2946억 원의 순매출을 달성했다.
당초 인스파이어 개장으로 기존 업계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던 셈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인 카지노들은 2024년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개장이 있었음에도 드롭액(칩 구매 총액)이 선방했다"며 "다만 인스파이어가 언제 본격적으로 영업에 박차를 가해 위협할지는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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