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6·3 조기 대선에 출마한 주자들이 일제히 산업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민생 경제 악화로 이번 대선 역시 '경제'가 주요 화두로 부상한 만큼 '경제 지도자'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대선주자의 현장 방문은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다만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산업계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은 최근까지 경제계의 요구를 여러 차례 외면했기에 이번 산업 현장 방문 역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경제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대선 출마자들의 산업 현장 방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를 찾았다. 퓨리오사는 AI 칩을 설계하는 회사로 글로벌 빅테크인 메타가 인수합병(M&A)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이다.
국가 핵심 전략으로 AI를 꼽았던 이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AI 관련 규제 합리화, AI 특구 확대, AI 분야 우수 인재 병역특례 확대 등을 약속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울산에서 첫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한 후보는 지역 첫 일정으로 울산 남구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명화공업을 찾았다. 한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한 후보는 "기업이 혼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함께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 경력의 양향자 대선 경선 후보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역사가 시작된 기흥사업장에서 첫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정치가 기술을 억누르던 시대를 끝내겠다"며 "기업이 눈치 보지 않고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같은 당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는 전날 오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찾아 청년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기도 했다.

대선 출마자들의 산업 현장 및 경제계 인사 방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현장 방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글로벌 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장 방문하는 자리에서 업계의 고충을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며 "현장에서의 의견 청취를 통해 추후 정책에 반영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회성 이벤트'라고 보는 시각 역시 상당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도 경제계의 요구를 전달했지만 새 정부 출범 후에 달라진 것은 없었다"며 대선주자들의 현장 방문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실제, 정치권은 최근 경제계의 요구를 계속 외면해 왔다. 경제계는 정치권에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 등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 제정안을 요구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또한 실질적인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해선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이 일방 처리되기도 했다. 물론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지만 언제든지 재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조기 대선 국면 초반부터 근로일수 단축 공약이 나오면서 경제계는 잔뜩 긴장하는 상황이다. 대선이 진행될수록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공감대와 파장 등을 고려해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요 경제단체는 대선 대진표가 확정되면 정당별 후보자를 초청, 간담회를 열고 정책 등을 제언할 예정이다. 또한 경제단체별로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할 건의서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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