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하면서 이를 주도할 컨트롤타워 복원 여부에 경제계 이목이 쏠린다. 이 회장의 위기 경영을 뒷받침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할 조직이 필요한 데다 어느 때보다 빠른 의사 결정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역시 사실상 해소되는 국면이라 지금이 컨트롤타워 재건의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세미나에서 전달한 메시지를 통해 삼성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변화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며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질타했다. 내부 조직에 대한 이 회장의 비판은 세밀하게 이뤄졌다. 메모리 사업부에 대해선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고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TV와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는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향후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며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 와야 하며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의 메시지에 대해 재계에선 과거 이건희 선대 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신경영 선언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전방위 쇄신과 인사 혁신을 예고하면서 이를 주도할 컨트롤타워 재건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은 과거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통해 중복 사업 교통 정리부터 장기적인 성장 전략 수립 등을 신속하게 결정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탄생에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있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미전실이 해체된 후 현재는 전자계열사 중심의 사업지원 TF, 금융경쟁력 제고 TF, 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 TF 등 부문별 태스크포스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다만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도 부족하고 관리형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컨트롤타워 재건의 필요성은 꾸준히 나왔다. 이 회장을 9년간 옥죈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선고가 난 직후 컨트롤타워 재건에 탄력이 붙기도 했다. 물론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재계에선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사실상 벗어던졌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의 미래사업기획단이 컨트롤타워 복원을 위한 준비 단계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삼성전자의 신사업추진단이 미전실 복원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는 까닭이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에서 미전실과 같은 컨트롤타워의 기능이 절실하다"며 "지금은 기업이 자체적인 대응이 상당히 어렵기에 이를 준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수이기에 꼭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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