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좁은 케이지에 사육되는 닭이 낳은 달걀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사육되는 닭이 낳은 달걀보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2배 가까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비만과 고혈압,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2일 윤진현 전남대학교 동물자원학부 교수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란계 동물복지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사육형태별 산란계 복지 및 생산성 평가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회는 동물복지국회포럼 및 동물자유연대 공동 주최로 열렸다.
윤진현 교수가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한 연구는 경북 영주에 위치한 산란계 농장에서 개선 케이지사와 다단식 평사(에이비어리)에서 사육되는 닭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개선 케이지사는 0.375㎡ 면적의 케이지에 6마리를 넣어 사육하는 방식이다. 마리당 A4 용지 면적보다 조금 큰 0.075㎡에서 사육된다. 닭들은 케이지 내에만 갇혀 알을 낳고 살아간다.
다단식 평사는 이용 가능 면적 1㎡당 9마리 이하여야 하며 동시에 다단 구조물을 제외한 바닥 면적 1㎡당 17마리 이하로 사육해야 한다. 닭들은 수직구조물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홰, 깔짚, 휴식공간 등이 주어진다.
개선 케이지사 달걀은 난각(달걀 껍데기)에 3번으로, 다단식 평사 달걀은 2번으로 표시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육 환경과 시설을 기반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동물의 행동학적·신체적·생리학적 변화 등 다양한 지표를 측정해 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사육면적, 바닥재, 환기 상태 등 시설을 기반으로 동물복지를 평가하는 방식은 동물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복지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평가해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곧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농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의 영양상태와 건강, 정상적인 행동을 하는지 등 현재 겪고 있는 상태를 평가하면 동물복지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경북 영주 산란계 농장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케이지사 달걀은 다단식 평사 농장의 달걀보다 중량 면에서 무거운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케이지에 사육되는 닭은 사육 후기로 갈수록 외형 평가에서 깃털 손상, 발바닥 변형과 같은 증상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달걀 난황에서 측정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48주령 닭이 낳은 달걀에서 케이지사 달걀의 농도가 다단식 평사 농장 달걀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신선도 면에서는 두 달걀 사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즉 스트레스를 주는 사육 환경은 깃털 뽑기, 벼슬 쪼기와 같은 스트레스 행동으로 닭의 복지를 저해할 뿐 아니라 우리가 먹을 달걀의 스트레스 호르몬까지 높이게 되는 것이다.
'국내 달걀시장 현황과 소비자 인식'을 주제로 발표한 고도은 마크로밀 엠브레인 매니저는 구매 빅데이터와 온라인 설문을 통한 동물복지달걀 구매 및 인지 행태에 대해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엠브레인 조사 결과 사육 형태에 따른 난각번호를 정확히 인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해 패키지에 명확한 닭 사육환경 표기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토론 시간에는 단층의 평사 농장과 다단식 평사 농장(에이비어리)의 달걀이 같은 난각 번호 2번으로 표시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다단식 평사 농장은 기존 평면 사육 방식보다 공간 활용도가 높고, 더 많은 닭들을 사육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난각번호 2번으로 분류되는 평사 사육과의 형평성 문제 및 평사 사육과 대비된 동물복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윤진현 교수는 두 사육 시스템의 동물복지 논란에 대해 "일반 평사와 에이비어리 농장의 닭 복지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현재 동물복지 인증제는 농장동물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주는 방식"이라며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는 것도 맞지만 90% 이상 닭들이 케이지에 갇혀 살고 있는 만큼 저 푸른 초원 위 닭들만 동물복지로 인정할 것인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훈 풀무원 계란사업부 CM은 "산란계의 최소사육면적을 마리당 0.025㎡ 늘리는 것 조차 2년 유예될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평사와 다단식을 두고 싸우는 것보다 더많은 닭들이 케이지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으로는 방사, 평사, 개선 케이지 등 사육 용어가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제품에 사육방식이 표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에는 동물복지국회포럼 이헌승, 박홍근, 김예지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김예지 의원은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게 이뤄지는 산란계 동물복지 논의를 통해 입법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홍근 의원은 "산란계 동물복지는 우리 식탁과 직결되는 달걀 생산과 관련한 문제로 그 중요성이 크다"며 "국내 현실에 맞는 산란계 동물복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동물복지국회포럼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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