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등 기술적 우위를 갖춰야 하고 국제관계,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해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도 신재생 에너지 생산과 산업용수 공급 등 인프라 구축과 같은 다각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및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에 참석해 'K-반도체가 살길'이란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 교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미국의 자국 중심의 반도체 산업정책 △일본의 반도체 권토중래 전략 등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도 기정학(技政學)적, 기술적, 전략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국내 반도체 대부분은 수출향인 만큼 기정학적, 외교적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 기술의 확보 여부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경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 운영이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이를 인위적으로 이전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을 주도하고,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라는 기구가 출범하며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기술적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보다 더 우선순위가 높은 전략적 파트너가 되게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적 관점에서는 경기 남부권에 추진 중인 '메가 팹' 전략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단군 이래 최대 투자이고 엄청난 도박"이라며 "반도체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잘 작동하기 위해 전력, 산업용수, 도로망, 인력 양성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제때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력 공급에 맞춘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탈탄소 전환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차세대 지능형 전력망)까지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략을 가져올 수 있는지, 용수를 얼마나 잘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경우 TSMC에 전력과 용수를 먼저 배분하다 보니 제한 송전이나 단수 사태가 일어난다"며 "20년 후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문제로 인식해서, 반도체와 배터리, 용수, 전력 등 산업 간 연결고리를 생각하면서 종합적 관점에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기술적 관점에서는 "그간 기술의 축적이 대부분 반도체 제조 공정, 전 공정에 맞춰져 있었는데, 앞으로는 반도체 제조 공정은 전후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수요자 맞춤형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공정과 같은 기술 개발에 대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범용 반도체는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HBM 등 AI 전용 메모리에 대해서도 기술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며 "ASML의 패터닝 기술 로드맵도 2030년대 중반까지밖에 없는 등 이후 솔루션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기술이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이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후보군 중 한쪽에 올인하지 말고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기술의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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