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기업의 로고로 알려진 CI(Corporate Identity)는 기업의 이미지를 담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과거 CI가 단순히 기업을 알리는 '이름표'에 그쳤다면, 오늘날엔 각자 다른 서체와 색깔 등을 통해 향후 사업 방향까지도 내포하는 기업의 '청사진'이 된 셈이다. 그중에서도 CI컬러는 기업과 관련해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 기업의 '첫인상'에 해당한다.
때문에 기업들은 합병, 사업 확대 등 큰 변화를 앞두고 CI 디자인을 변경해 왔다. 그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의 무의식에 심기 위한 노력이다.
◇열정·사랑의 '빨강'…창조·아이디어의 '주황'
빨간색과 주황색이 어우러진 '행복 날개'로 대표되는 SK의 CI는 그룹 출범 10년 뒤인 2005년 탄생했다. 그전까지는 2개의 주력사업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부문을 각각 빨간색, 파란색으로 설정한 단조로운 문자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진출과 행복경영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설정하면서 차가운 이미지의 파란색 대신 창조·발전을 상징하는 주황색을 도입했다. '인간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을 뜻하는 수펙스(Super excellent의 약자) 정신을 반영하고 보다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에너지부문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남기는 대신 날개 모양에 연과 통신위성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차용했다. 딱딱하고 각이 진 서체도 곡선을 적용해 부드럽게 수정했다. 세계적인 CI 전문기업 리핀컷머서가 제작을 맡았다.
당시 SK는 "행복경영을 구현하고 글로벌 시장확대 추세를 맞추기 위해 행복, 도약, 비상, 발전의 콘셉트를 지닌 날개 모양을 추가했다"며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부문이 '따로 또 같이'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빨간색하면 떠오르는 또다른 CI는 알파벳 L과 G로 표현된 LG의 '빨간 얼굴'이다. 자주색에 가까운 빨간색상은 따뜻함과 친근함을 상징하고, 얼굴 모양의 원형 로고는 '천년의 미소'로 불리는 신라시대 유물인 얼굴무늬 수막새에서 영감을 받아 1995년 제작됐다. '한번 믿으면 모두를 맡기라'는 구인회 LG창업회장의 '인화(人和)' 정신을 담았다는 평을 받는다.
올초에는 글씨의 끝부분과 두께에 변화를 준 'LG스마트체'를 개발해 적용, 원형 로고는 그대로 두되 문자의 가시성을 높인 바 있다.

◇미래지향·첨단 기술의 상징 '파랑'
파란색은 전통적으로 논리, 이성, 안정을 상징한다. '청사진'이란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며, 오늘날에는 과학을 상징하는 색상이기도 하다. 때문에 첨단기술을 취급하는 IT 관련 기업의 로고에서 파란색을 발견하기 쉽다. 국적과 세대를 불문하고 선호도가 높아 글로벌 기업들도 많이 사용한다.
파란색을 CI에 적용한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당초 3개의 별을 형상화한 빨간색 로고를 사용해 왔던 삼성전자의 CI는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변경됐다. 글로벌 기술 기업을 지향하는 이건희 회장은 미국 CI 전문회사 L&M에 제작을 의뢰해 단일화된 브랜드 로고를 제작했고, 오늘날의 파란색 타원형이 탄생했다.
지난 9월에는 타원형이 삭제되고 파란색 영문을 전면에 내세운 CI가 마케팅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타원형 로고와 달리 사용 규정이 자유로워 오너가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가지로 부족…네가지 색으로 다양성 추구
글로벌 IT기업인 구글은 CI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 네 가지 색상을 차용해 '다양성'을 기업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으로서 방대한 양의 정보를 갖고 있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 창출을 장려하는 분위기임을 암시한다.
실제로 구글 직원들은 사옥을 '캠퍼스'라 부르고, 개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탄력적 근무제도를 시행중이다. 구글의 인사최고책임자인 라즐로 복은 최근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를 통해 직원의 창의적 업무를 지원하는 구글의 철학을 소개한 바 있다. 또 여성, 장애인 등 소수집단에서 향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미국 전역 10만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방과후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시대를 맞아 17년만에 새로운 로고를 공개하기도 했다. 알파벳 G에 네 가지 색을 담고, 기존 CI에는 모던한 이미지의 산세리프 서체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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