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은지 =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키로 한 두산그룹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두산은 최근 파산한 미국 연료전지 업체를 인수하면서 50년 이상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한 데다, 대기업들도 번번히 실패한 주택용 연료전지 기술을 가진 국내 업체와도 합병을 성사시켰다.
이상훈 두산그룹 사장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두산 연료전지 사업진출 설명회'에서 "국내 시장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 합병과 미국 클리어엣지파워(ClearEdge Power) 인수는 천운이 따른 결과"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UTC Power를 인수한 클리어엣지파워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식음료 사업을 접고 발빠르게 중공업 그룹으로 변신한 두산그룹이 2007년 미국 중장비회사 밥캣 인수 후 7년만에 침묵을 깨고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미래 주력사업으로 택한 사업은 '연료전지'다.
마지막 남은 외식사업이었던 'KFC'를 매각한 두산은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두산은 2018년 연료전지 사업에서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겠단 목표를 내놨다.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와 미국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통해 연료전지 시장 글로벌 1위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이번 M&A를 총괄한 이 사장은 2007년 밥캣 인수 후 리먼사태 등 크고 작은 국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산은 성장에 대한 마켓의 갈증을 많이 풀지 못한게 사실"이라며 "시장의 기대를 잘 알고 있고, 우리 그룹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모색해왔다"고 사업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성장성이 뛰어난 200개 이상의 신기술 사업을 망라해 투자 기회를 분석해왔다"며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이를 통해 성장성이 높은 연료전지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택하게 됐다"며 "클리어엣지파워의 경우 지난해 100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냈지만, 실사 과정에서 원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인수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전지 사업의 매력으로 '진입장벽'을 꼽았다.
이 사장은 "연료전지 시장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분야"라며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규제용의 경우 한국이 전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치고 퓨얼셀파워가 보유한 기술 개발을 시도해보지 않은 곳이 없다"며 "그럼에도 모두 실패했고, 퓨얼셀파워만이 자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벤처기업인 퓨얼셀파워의 기술력과 대기업인 두산의 역량이 합쳐 세계적 기업을 만들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사장은 "연료전지 업체 중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몇개 되지 않는다"며 "합병 결정한 한국 '퓨얼셀파워'는 지난해 영업이익 37억원을 내며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 대비 설비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이번 인수에 힘을 실어줬다.
이 사장은 "연료전지 사업의 장점은 설비 투자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다"며 "연간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설비 투자규모가 몇백억에 불과하다"며 "1조 매출을 올리기 위해 1조를 투자해야 하는 산업과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향후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 규모를 확보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원가를 낮춰 2016년까지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두산그룹과의 시너지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확신도 내놨다. 이 사장은 "발전소 사업을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 경험을 통해 볼때 연료전지는 두산이 성공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인수한 '클리어엣지파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건물용 연료전지 제조사로 2003년 설립됐다. 미국의 건물용 시장과 한국의 규제용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연료전지 기술개발에 주력해온 UTC Power를 2013년 인수해 PAFC(Phosphoric Acid Fuel Cell)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클리어엣지파워는 현재 파산보호 신청 상태로 두산이 인수자로 선정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00억원이다.
지난 10일 합병 결정한 '퓨얼셀파워'는 2001년 설립된 가정용 연료전지 제조사로 주택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 주택용 연료정지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70억원, 영업이익은 37억원이다.
두산은 연료전지사업 매출규모를 2015년 2000~2500억원으로 예상했다. 2018년엔 1조~1조1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목표로 삼았다. 2018년 기준 건물용·규제용 및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 예상규모는 5조1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총 3개사에 불과해 두산의 연료전지 매출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두산 측은 설명했다.
두산은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의 80%를 점유한 퓨얼셀파워와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통해 올해는 우선 국내 시장 1위 달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미국 중심의 건물용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건물용 연료시장 도약을 준비키로 했다.
2019년까지는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글로벌 입지를 강화한다. 미국 중심의 해외 규제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해 서유렵과 미국 주택용 시장도 공략한다. 2023년엔 연료전지 글로벌 1위를 실현하겠단 목표다. 기술개선과 제품다양화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차세대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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