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지난해 국내 와인 유통사들이 모두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정점을 찍은 후 주종 다변화, 주류 트렌드 변화 등의 요인으로 와인 수요가 지속적으로 우하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영FBC는 주요 와인 유통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뛰어올랐다. 이는 1만 원 초반대 가격의 저가 와인 시장 공략이 주효했고, 판매관리비를 줄이고 와인나라 등의 자사 채널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등 효율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8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국내 와인 시장은 우하향 곡선을 이어갔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5만 2036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고, 수입금액도 4억 6211만 달러로 전년 대비 8.7% 줄었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10년대 전후로 3만~4만 톤 수준에서 코로나19 시절인 2021년 7만 6575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 국내 와인 유통사들의 실적도 처참했다. 신세계L&B는 지난해 매출 16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줄었고, 적자로 전환해 52억 원의 영업 적자를 봤다.
와인 유통사 중 유일 상장사인 나라셀라(405920)도 적자 전환해 35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부터 자본잠식 상태(자본잠식률 1.9%)에 돌입했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적자 전환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064억 원으로 11.4% 줄었고, 영업이익도 82.6% 내린 10억 원 수준에 그쳤다.
반면 아영FBC는 지난해 매출 9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9% 증가했다.

아영FBC 측에서는 저가 와인 시장에서 1만원대 초반의 가격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시장에는 1만 원 미만 와인도 많지만, 와인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은 또 초저가 와인은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너무 저렴하지 않으면서도 가성비 있는 제품을 찾다 보니 '디아블로' 같은 아영의 대표 가성비 와인이 선택받았다.
지난해 디아블로는 208만 병이 판매됐다. 6년 연속 밀리언 셀러를 기록 중인 제품이긴 하지만, 200만병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아영FBC는 '와인나라'라는 자체 와인 유통채널을 갖고 있고 사브서울, 무드서울, 모와 등 와인과 함께 즐기기 쉬운 레스토랑 매장도 소유하고 있다. 마케팅을 자사 채널 등에 집중하면서 광고 선전비를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아영FBC 측은 "지난해 판관비를 전년 대비 7% 줄였다. 매출 규모의 확대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구조 개선에 집중한 결과"라며 "고정비 구조 관리와 마진 중심의 상품군 운영이 주효해 '질적 성장'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