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국내 식품업계는 미국 수출 환경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K-푸드가 미국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 정책이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는 K-푸드 기업들이 관세 부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한 기업들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수익성과 시장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민의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며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 관세 도입 방침을 밝혔다. 다만 취임 직후 "(보편 관세 정책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언급해 정책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국내 식품업계는 미국 내 관세 리스크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단순히 매출 창출의 시장을 넘어 글로벌 확장 전략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전략적 거점인 만큼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수출 비중이 크지만, 현지 공장이 없는 기업들은 관세가 도입될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현지 공장이 없어 관세 부과 시 제품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야 실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 적용이 일부 품목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산업계 전반에 걸쳐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CJ제일제당(097950)·대상(001680)·풀무원(017810)·농심(004370) 등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지 공장과 별개로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여전히 보편 관세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이 있더라도 국내 생산 후 수출하는 비중이 높아 관세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며 "FTA를 통해 농산물 세이프가드 적용은 피하고 있지만, 정책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K-푸드의 경쟁력이 저하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트럼프 당선 전부터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미국 공장 설립에 주력하는 등 현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보편 관세 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지화 전략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20여 개 공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냉동식품 자회사 슈완스를 통해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7000억 원을 투입해 축구장 80개 크기의 대규모 공장을 설립 중이다. 신공장은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미국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만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핵심 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허영인 SPC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해 눈도장을 찍었다. 또 최근 미국 시장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파리바게뜨 확장을 위해 미국 텍사스에 현지 제빵 생산 공장 설립을 공식화한 상태다. CJ푸드빌 뚜레쥬르도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K-푸드 열풍 선봉장에 있는 라면 기업 3사 중에서 미국 공장을 보유한 기업은 농심이 유일하다. 농심은 LA에 1·2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2공장의 용기면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오뚜기(007310)는 재작년 8월 미국 생산법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설립하고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구체화된다면 K-푸드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지만, 최근 식품업계가 미국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현지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오고 있다"며 "다만 국내 정치 공백 상태에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 업계의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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