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강력한 '자국 중심'을 앞세운 트럼프 2기가 출범한다. 신보호무역주의 공세 속 컨트롤타워 부재에 놓인 한국 유통사들은 자체적으로 경제 사절단을 꾸리거나 자구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1기보다 더욱 강력해진 관세와 규제의 '트럼프 스톰'을 대비해야 하는 기업들은 미국 내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원 타깃'이 아닌 '리밸런싱'에 포커스를 맞춘 공급망 다변화로 전략적 선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유통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 봉쇄령'에 직격탄이 컸던 만큼 미국 집중이 아닌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글로벌 K-유통 커버리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율 급등이 이어지면서 수입 제품 가격 수준이 석 달째 상승세다. '킹달러'는 수출기업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원재료 수입 부담은 압박이다.
미중 무역 갈등 격화 예상 속 중국의 경기 부양책 강화 카드도 부담이다. 미국의 날 선 규제와 관세 정책이 예상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탈(脫)중국에 이어 탈미국을 고심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사업 전략을 '리밸런싱' 해야 할 때라고 짚는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젠 미국과 중국, 동남아, 유럽, 오세아니아 등 시장 커버리지(지역) 다변화를 통한 돌파구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시각이다.
그 배경에는 'K-브랜드'의 성장이 있다. 한국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만큼, 각국 리더십이나 정책 변화에 다소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영향력을 키운 데다 중국발 '한한령'과는 달리 트럼프 정책에서 유통에 대한 규제는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는 현지 법인 설립(법인세 감세)이나 공장 증설, 판매 채널 확대 등은 긍정적인 입장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유통 채널과 식품, 뷰티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트럼프 경제 사절단 1호'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그룹 이마트 경우 2018년 미국 법인 지주회사 'PKRH'(PK리테일홀딩스)를 설립한 후 굿푸드홀딩스 산하 5개 배너(Banner,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총 55개 매장을 운영 중으로 올해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식 참석에 나선 허영인 회장의 SPC그룹 역시 'K-프랜차이즈' 선봉에 있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북미(미국·캐나다) 지역에 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70~80여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K-푸드를 대표하는 CJ제일제당 '비비고'(bibigo) 역시 자회사 슈완스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Sioux Falls)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축구장 80개 규모(57만5000㎡)의 최대 규모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로, 미국 중부 생산 거점으로 삼아 미국 B2C 만두시장 점유율(42%, 1위)을 높여나간다는 전략이다.

수출기업의 관세, 규제 직격탄이 예상되는 가운데 'K-라면' 삼양식품이나 'K-뷰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은 유통 커버리지 확보가 가장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6월 밀양 제2공장 가동 본격화로 면류 생산력 증대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법인인 삼양유럽을 통한 EU 중심 대형 유통망 확보와 중국 공장 설립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에 전사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초기 수출과 달리 입점 채널과 SNS가 중요해지면서 진출 국가가 아닌 흥행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 "K-콘텐츠와 불황형 소비 영향으로 아시아에서 서구권 중심으로 수출 지역이 다변화됐으며 이 트렌드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규제와 관세 정책이 구체화 되지 않은 시점으로, 유통업체마다 향후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는 타이밍이지만 K-브랜드가 성장세이기 때문에 규제, 관세 등으로 제한될 경우 현지 업계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제품과 기술은 한국(K)'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만큼, 정책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와 공급망 다각화로 모색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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