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보다 수익" 따이공 끊는 롯데免…업계 판도 바뀐다

김동하 대표 "사업성 재검토로 중장기 성장"…'흑전 발판' 전망
업계 순위변동 가능성…롯데 매출분 분산 "당장은 아닐듯"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동하 대표가 면세업계 최초로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과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업체 간 순위 변경은 물론 면세산업 생태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기업 간(B2B) 따이공 대상으로 새해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매출 급감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신년사에서 "과거 면세점이 볼륨 중심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며 "거시적 관점의 사업성 재검토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따이공은 2017년 중국과 '사드 갈등'을 계기로 활동을 본격 시작해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막히면서 입지가 커졌다. 일반 관광객 매출이 급락하며 따이공 매출 비중이 90%까지 높아졌고, 따이공을 유치하려는 면세점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 과정에서 면세점이 따이공에게 주는 송객수수료는 기형적으로 높아졌다. 면세점들은 합의를 통해 2023년 1월부터 송객수수료율을 30%대까지 낮췄으나, 손익분기점(20%)보다 월등히 높아 여전히 손실 늪에 빠져 있다.

여기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 환율 급등에 따른 내국인 대상 가격 경쟁력 저하로 어려움이 더해졌다.

김 대표는 이에 매출 규모보다 수익성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이처럼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낮추기 힘든 고정비 대신 조치할 수 있는 부분으로 따이공 대상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고, 매출 감소분은 개별·단체관광객 유치, 해외사업 등으로 상쇄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매출에서 따이공 비중은 절반가량에 달하지만 그럼에도 생존을 위해선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선 따이공 매출이 모두 제외될 경우 롯데면세점이 업계 1위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도 점친다.

서울 중구 명동 한 면세점 앞에서 외국인들이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인 구매 대행 보따리상으로 알려졌다. 2021.5.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중구 명동 한 면세점 앞에서 외국인들이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인 구매 대행 보따리상으로 알려졌다. 2021.5.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면세업계에선 이미 송객수수료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만큼 롯데면세점 결단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23년 하반기 인천공항에서 철수해 다른 면세점과 달리 공항 임대료 부담이 없어 이번 결단을 단기간에 손익을 흑자전환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따이공 매출분이 없어지면 각 브랜드에서 가져오는 면세품 물량도 줄어 '바잉 파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면세점은 통상 유통 상품 대부분이 직매입이라 취급 물량 감소가 중장기적으로는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면세점 매출에서 따이공 비중이 크다 보니 롯데면세점의 기존 거래분이 다른 면세점으로 옮겨갈지도 관심사다.

주요 거래처 중 하나인 롯데면세점이 거래를 중단하며 '힘의 우위'가 면세점으로 옮겨가는 결과가 나오면 따이공과의 협상에서 수수료를 낮춰 수익 개선을 도모해 볼 수 있다.

다만 면세업계에선 해당 수요 당장 나눠 갖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환율에 면세 업황이 좋지 않아 과감한 투자를 하기엔 재고 부담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 회복이 더딘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면 품목에 따라 일부 수요는 흡수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하나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국인은 고환율로 '면세품은 비싸다'는 인식도 있고 해서 유불리를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B2B 따이공과의 거래만 중단하고 개인 자격으로 대량구매를 해 중국 등에 되파는 따이공(개인 따이공)과 거래는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출에 큰 영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개인 따이공이 온라인 할인을 30~40% 받아 대량구매를 할 경우 B2B 따이공에게 송객수수료를 그만큼 지급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볼륨 경쟁을 하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좋은 현상"이라며 "롯데의 결단이 효과가 있을지 1분기 실적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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