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역습에 티메프 사태까지"[2024 유통결산①]

급성장한 C커머스…안전성, 개인정보 유출 불안 야기
1.5조 피해 만든 티메프…판매 복구 "갈 길 멀다"

편집자주 ...올해 유통 키워드는 '고물가', 'e커머스 재편', '기후플레이션'으로 압축된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속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며 온오프라인의 경쟁 구도는 심화됐다. 중국발 C커머스의 공습과 티메프 사태로 e커머스 역시 환경이 녹록잖았다. 식품업계도 글로벌 기후 이상 변화에 따른 원재료 폭등과 가격 인상이 이어지며 장바구니 부담은 가중됐다. K-뷰티 선방에도 불구하고 소비재인 의류, 화장품 업계 역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업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유통가는 그 어느 때 보다 혹독한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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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올해 e커머스업계엔 거센 폭풍이 두 차례 몰아쳤다.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성장한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으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역습, 그리고 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다.

C커머스와 티메프 사태에도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쿠팡은 성장을 지속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반면 토종 e커머스들은 설 자리가 좁아지며 양극화 조짐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염가'에 급성장한 C커머스…토종 e커머스는 '양극화'

C커머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가격'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불경기를 겪으며 내수 시장이 침체되자 수요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했다. 때문에 남아도는 상품을 전 세계로 풀어야 했는데 한국도 그 타깃 중 하나였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C커머스의 대표 주자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11월 기준 약 968만 명으로 1000만 명에 육박했다. 테무는 올 초반과 달리 기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MAU가 733만 명으로 G마켓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장엔 부작용이 뒤따랐다. C커머스는 상품의 안전성, 개인정보 유출 등 끊임없는 논란에 휘말렸다.

알리·테무·쉬인에서 취급하는 상품에서 발암물질, 납 성분 등의 유해물질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졌고, 의료제품·식품을 불법 유통·부당광고한 사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포도 커져갔다. 알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20억 원의 과징금 등이 부과됐으며 테무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쉬인 역시 개보위가 실태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본문 이미지 - 경기 부천 오정동 쿠팡 신선물류센터 전경 2020.5.2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경기 부천 오정동 쿠팡 신선물류센터 전경 2020.5.2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C커머스들이 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안 토종 e커머스들은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쿠팡은 시설 투자 비용 확대, 와우멤버십 인상에도 이용자 수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났다. 쿠팡이 집계한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고객은 2250만 명으로 1년 새 11% 증가했다.

쿠팡의 3분기 매출은 10조69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해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29% 신장해 영업손실을 낸 2분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반면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한 11번가는 사옥을 서울에서 광명으로 옮기며 비용 감축에 나섰다. 대기업 계열인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롯데온(6월), 신세계그룹 소속의 SSG닷컴(7월), G마켓(9월) 역시 희망퇴직과 사옥 이전 등 체질 개선에 안간힘을 써야 했다.

본문 이미지 -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류화현 대표이사 사무실에 미정산 피해자들이 작성한 항의문이 붙어 있다. 2024.7.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류화현 대표이사 사무실에 미정산 피해자들이 작성한 항의문이 붙어 있다. 2024.7.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만성 적자에 돌려막기 하다 '펑'…티메프 피해 규모만 1.5조

큐텐그룹의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는 e커머스업계의 어두운 단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결정적 사건으로 꼽힌다.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오픈마켓 플랫폼이다. G마켓 창립자인 구영배 대표가 세운 큐텐그룹이 2022년 9월 티몬에 이어 2023년 3월과 4월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하며 e커머스업계 내 8%의 점유율을 확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인수 당시 이미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의 영업은 체질 개선이 아닌 큐텐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큐텐그룹과 티메프는 소비자가 지불한 판매대금을 판매자에 전달하지 않고 회사 인수 등의 자금으로 우선 사용한 뒤 상품권 등 현금성 상품을 팔아 정산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을 동원했다.

그러다 올해 6월께 판매 대금 정산이 줄줄이 밀리기 시작했고, 불안을 느낀 판매자들이 티메프와 거래를 끊으면서 영업은 중단됐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조차 없는 티메프는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피해 규모 1조5950억 원, 피해자는 50만 명에 달한다.

본문 이미지 - 티몬·위메프(티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왼쪽부터)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왼쪽부터)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피해 복구의 길은 현재 요원한 상태다. 티메프 법정관리인은 회사를 매각하거나 영업을 재개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영업에 있어 필수적인 카드사·PG사들의 협조 또한 얻지 못하고 있다.

설사 영업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티몬과 위메프를 다시 믿고 이용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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