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와 함께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부담이 8300억 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는 타이어 10개 중 4개 가까이가 수출 물량이어서 관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타이어 업체들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생산 기지를 두고 미국 수출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타이어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해외 공장의 생산성을 높여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시간으로 3일 오전 0시 1분을 기해 25%의 자동차 관세가 발효된다. 한 달 후인 5월 3일부터는 타이어를 포함한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가 부과된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3사의 지난해 북미지역 매출은 4조 2000억원에 달했다.
한국타이어는 전체 매출(9조 4119억 원)의 24%인 2조 2000억 원, 금호타이어는 전체 매출(4조 5381억 원)의 30%인 1조 3800억 원의 매출을 북미지역에서 기록했다. 넥센타이어의 북미지역 매출은 6800억 원으로 전체 매출(2조 8479억 원)의 24% 수준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북미 수요의 40%를 현지 생산하고 있고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대부분 수출로 충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25% 관세가 적용되는 매출은 약 3조 3000억 원 수준이다. 25% 관세가 부과되면 8300억 원가량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한국타이어는 중국에 3곳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헝가리,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규모는 550만 개로,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수요의 40%를 담당한다. 나머지 60%는 해외에서 미국으로 수출한다.
금호타이어는 한국, 중국, 미국, 베트남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넥센타이어의 경우 모두 미국 물량은 대부분 한국에서 수출한다.
업계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선다. 미국 테네시주 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현재 550만 개 수준에서 올해 말 1200만 개로 대폭 확대해 미국 내 수요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모델도 현재 승용차 타이어에서, 미국 내 수요가 많은 트럭, 버스 등으로 확대한다.
금호타이어는 연간 33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미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산원가가 높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세 부과로 미국 공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족한 물량은 베트남 등 기존 수출국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고, 미국 내 생산 시설 건설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현지생산 확대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한 해외공장의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내 수요를 전량 수출하는 넥센타이어는 관세 적용 전 최대한 많은 물량을 미국으로 보내고, 이후 유럽 등 시장 상황에 맞춰 글로벌 물량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넥센타이어는 5번째 해외 신공장 부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당초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급격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건설비용이 늘어나자 부지를 다시 찾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관세로 인한 건설비용의 추가 상승이 예상돼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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