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는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밸류업'을 바탕으로 우상향했던 지난해 1분기와 달리, 올해 1분기엔 국내외 변수로 증시가 주춤한 탓이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 5732억 원으로 전년(1조 5981억 원) 대비 1.5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3095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로 실적이 부진했던 기저효과 덕분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071050)도 6.0% 늘어난 404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키움증권(039490)(-15.3%), NH투자증권(005940)(-6.0%), 삼성증권(016360)(-5.5%)은 일제히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수 증권사의 올 1분기 실적 부진 배경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감소 탓이다. 올해 초 국내 증시는 글로벌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해 1분기 '밸류업' 랠리와 비교하면 거래대금은 뚜렷이 줄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정치 불안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수급 악화로 이어졌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 3649억 원으로, 전년 동기(21조 4260억 원) 대비 약 14% 감소했다.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해외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도 3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전 분기보다 약 10% 감소했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4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상호 관세를 유예하며 협상의 여지를 남긴 데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투자심리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도 유효하다.
지난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효과도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종목이 800개로 늘어난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 4125억 원 수준이다. 이 수준을 유지할 경우 1분기 대비 거래대금이 2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금융(IB) 부문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월 홈플러스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되긴 했으나, 1~2월 자금조달 시장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특히 PF 대출채권 기반 자산유동화증권(ABSTB, ABCP)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났다. 이는 202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와 경기 침체 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 해소 여부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양호한 흐름이 이어졌지만, 관세 이슈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로 향후 실적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현재는 우호적인 환경에 힘입어 실적이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전통적으로 증권사들은 상고하저 실적 구조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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