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지난 2년여간 전 세계 증시를 주도했던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7·M7) 주가가 주춤한 가운데 딥시크 바람을 탄 중국 기술주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나스닥이라고 불리는 항셍테크 지수는 올해 들어 나스닥 지수 대비 5배 이상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이 급등한 미국 기술주 대신 저비용·고효율의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중국 기업들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8일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따르면 올해 들어(14일 기준) 항셍테크 지수는 4468.11에서 5527.22까지 1058.11포인트(p)(23.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65% 오르는 데 그쳐, 항셍테크 지수의 상승률이 약 5배에 달했다.
항셍테크 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기술주 중에서 시가총액 상위 30개로 구성돼 있으며 '중국의 나스닥'이라 불린다. 지난 2021년 9358.11까지 상승했으나 이듬해 10월 2852.57까지 급락한 뒤 천천히 지수를 회복 중이다. 올해 들어선 지난달 13일 4221.92까지 내린 뒤 약 한 달 만에 30% 넘게 올랐다.
이번 강세의 주요 배경에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영향이 컸다. 지난 1월 말 딥시크가 공개한 AI 모델은 저비용·고효율을 강조하며, 미국이 주도해 온 AI 패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가 줄었다는 인식이 퍼졌고, 위축됐던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개별 종목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표 IT 기업 다수가 최근 급등했다. 올해 들어 알리바바는 50.31% 올랐고, 샤오미(32.79%), BYD(비야디·28.55%), 텐센트(18.65%) 등이 20% 안팎으로 상승하며 그 뒤를 이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되진 않았으나 중국 대표 기업으로 거론되는 화웨이(14.29%)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 기술주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메타·알파벳·테슬라)은 메타(22.93%)를 제외하곤 연중 등락률이 -6%대에서 3%대로 지지부진했다. 각각 상승률을 더해 동일 비중으로 나눈 평균 수익률은 2.41%에 그쳐, 항셍테크 지수의 강세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월가도 경고등을 켰다. M7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네 최고투자전략가는 정보 기술 빅테크 실적 부진으로 M7이 시장을 후행하는 'L7'(Lagnificent Seven)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 대표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도 M7 기업 주가가 한계점이 임박했단 의견을 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 2년간 AI 열풍을 타고 급등했지만, 현재 주가가 지나치게 비싸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향후 주도주로서 지속적인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65배, 비야디의 PER이 28배라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 빅테크 업체들과 중국 테크 업체의 밸류에이션 차이가 현저하다"고 짚었다. 그는 "시장이 달라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딥시크 이후 중국 AI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미국 빅테크들만의 세상에 대체재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딥시크 AI 모델을 딛고 '중국판 M7'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등 다수 중국 기업이 딥시크 기반 서비스 제공을 통해 자사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비야디도 '딥시크 R1'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탑재해 자율주행 시스템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중국의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유비테크도 딥시크 모델 활용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응용이 확대되며 신생 산업이 부상하고, 기존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축됐던 중국의 테크 생태계에 새로운 동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빠른 AI 응용 확산으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축소하는 과정들이 중국 M7의 중장기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며, 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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