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도 '초긴장' 상태다. 진정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다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트럼프 1기 때도 관세전쟁이 시작되자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처분하면서 2600포인트(p)에 육박했던 코스피 지수가 1996p까지 밀렸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7% 내린 2517.37에 거래를 마감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발 충격에 비해 코스피 내림 폭은 작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은 컸다. 하루에만 코스피에서 1조 1755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가 위험자산 기피현상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한 대로 1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오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관세 폭탄'은 이전부터 예상됐지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까지 일부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고,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9%에서 이듬해 2%까지 떨어졌다. 2018년 1월 2598.1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같은 해 10월 1996.05까지 내리는 등 변동성이 컸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한 1278억 달러로 7년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한 만큼, 트럼프 1기 때처럼 관세 압박과 수입제한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동맹국들은 우리의 선량함을 이용해 왔다"며 한국의 가전, 일본의 철강 등 업종을 거론했다. 트럼프 역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 반도체 등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도 시사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달러·원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겹쳐 140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을 오가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외국인 투자자들은 6조 5816억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8년에는 5조 7226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압박이 아시아 신흥군 자산시장에 악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도 매도세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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