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중학개미(중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부진했던 중국 증시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매수 대신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의 중국 시장에 대한 진단이 변화하고 있어, 향후 중국 증시 흐름에 따라 투자자들이 다시 진입할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159개 중국 주식형 펀드의 총설정액은 3조 4652억 원(2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설정액은 1170억 원 줄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가 급등하면서 중국 주식형 펀드는 6개월 전 대비 18.22%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펀드 설정액은 1조 4771억 원이 증발했다. 기간을 좁혀 봐도 설정액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다. 중국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3개월 전 대비 6979억 원, 1개월 전 대비 1612억 원 줄어들었다.
중국 증시는 지난 9월 24일 인민은행의 깜짝 발표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당시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증권사, 기금, 보험사가 이를 활용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5000억 위안 규모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상장사와 주요 주주의 자사주 매입을 지원하기 위해 3000억 위안 규모의 특별 재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 같은 대규모 부양책의 효과로 증시는 급등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9월 24일 3212.75에서 10월 8일 4256.10으로 약 2주 만에 24.51% 상승했다. 상해종합주가지수는 26.95%, 심천종합지수는 42.20%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증시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다.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며 부양책의 실효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진 탓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후로 미·중 갈등 심화 우려까지 부각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에 10%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증시 회복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 계획을 또 한 번 밝히고 증권가에서도 트럼프 1기와 2기는 다르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중학개미 자금 이탈이 멈출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중장기 자금의 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국영 보험사가 향후 연간 신규 보험료의 30%(약 1000억 위안·약 19조 7670억 원)를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하도록 하고, 공모펀드 투자 규모도 3년간 30% 이상 늘리도록 지시했다. 연초에는 소비재 중심의 부양책으로 5000억 위안을 투입하기도 했다.
증권가도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이번엔 중국 증시의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달라진 모습이 속속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정상과의 첫 통화는 1기 땐 취임 3주 만이었지만 이번엔 취임 전부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100일 이내 방중 계획도 밝히며 직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관세도 멕시코·캐나다(25%)보다 낮았다. 틱톡 금지법까지 유예하며 미중관계 개선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점차 가시화 될테지만 60% 이상의 고율 관세 충격까지 시장이 우려했던 참이라 그 이상의 제재가 없다면 중국 주식시장에는 리스크 완화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론 중기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나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강할수록 중국도 강한 내수책으로 그 충격을 상쇄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이 중국을 밀어내는 만큼 중국도 미국을 밀어냈기 때문에 2025년 대외 리스크가 중국 주식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중국의 내수 중심 체질 개선 시도가 대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중국 시장은 대외요소보다는 중국 정부가 얼마나 내수 활성화 정책에 집중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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