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피 간다 했는데"…코스피 시총 하루 만에 79조 증발 [검은 금요일]①

코스피 3.65% 급락하며 2676.19까지 밀려…4년 만에 최대 낙폭
美 금리 인하보다 경기 침체 우려 커…증권가 "과도한 비관 경계해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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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증시가 시퍼렇게 질렸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3% 넘게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79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상위 30개 종목 중 27개 종목이 내렸다. 코스닥도 8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에 질주하던 SK하이닉스는 10% 이상 급락하며 도로 '17만닉스'가 됐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보다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일제히 주식을 팔았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65% 내린 2676.19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최대 하락 폭으로, 하루 만에 시총이 78조 6431억 원 증발했다. 기관이 1조 1902억 원을, 외국인이 8469억 원을 팔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중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포스코퓨처엠(003670)을 제외한 27개 종목이 내렸다.

SK하이닉스(000660)는 10% 넘게 떨어지며 '17만닉스'로 밀렸다. SK하이닉스 일일 주가 하락률이 10%를 넘은 것은 2011년 8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로 12% 이상 하락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24만 8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지난달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75조 4486억원이었다. 약 3주 만에 시총 50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주가 하락폭은 30%에 달한다.

삼성전자(005930)도 4% 이상 내리며 다시 '7만전자'가 됐다.

코스닥 지수는 4.2% 하락하며 779.33까지 떨어졌다. 해외 증시도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2.3%, S&P500은 1.37% 내렸다. 닛케이225와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5.82%, 4.42% 하락했다.

서학개미가 사랑한 종목인 테슬라는 6.55%, 엔비디아는 6.67% 급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률인 7.14%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는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전날 S&P500은 1.6%, 나스닥은 2.64% 상승했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시장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보다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주목하면서 하루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리 인하는 경기가 둔화하고, 침체 가능성이 높을 때 이뤄진다.

실제 미국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8로, 전달(48.5)은 물론 시장 예상치인 48.5보다 낮았다. 제조업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활황, 이하면 침체를 나타낸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 9000건으로, 전주의 23만 5000건을 웃돈 것은 물론 시장의 예상치 23만 5000건도 상회했다.

이하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경제지표 발표가 다소 불안한 시작을 보이며 경기 침체 우려 및 연준의 금리인하 실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낮아진 시장 눈높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시장은 다시 빠르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계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빅테크 종목의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도 한몫했다. AI 수익성에 대한 비관론을 키웠다. 인텔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2분기 실적은 컨센서스(전망치)를 밑돌았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대를 모았던 빅테크 실적은 이전처럼 완벽한 서프라이즈로 끝나지 못했다"며 "실적이 밋밋한 가운데 제조업 PMI 부진과 고용지표 약세 더해지자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침체 공포 엄습하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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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국 금리 인하를 기다리며 삼천피(코스피 3000)을 외치던 증권사들은 난감하게 됐다. 대신증권과 BNK투자증권 등이 코스피 상단을 3200까지 올렸다. 삼성증권·메리츠증권도 315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3100선,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차,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도 3000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이하연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침체 우려가 반영되면서 시장 변동성은 확대되겠으나, 여전히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확대된 정치 불확실성은 이전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예상되고, 마진축소 압력을 높였던 고금리 부담은 연준의 금리인하 시사로 일부 완화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용비용 부담 또한 2분기 둔화를 확인했다"며 "물가 하방 경직 우려를 초래했던 물류난 역시 일부 해소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도 "현재 금융시장 불확실성의 본질은 미국 경제 연착륙과 기술주 장기 성장에 갖는 의구심"이라면서도 "과도한 비관의 경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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