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러브콜에도 버티던 '68살' 한양증권…'전공의 파업'에 매물로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한양학원이 의료파업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한양대병원을 구제하기 위해 결국 한양증권(001750)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한양증권은 1956년 설립 이후 68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된다.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지분 매각을 위해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11일 관련 서류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15일 한양증권은 매각 추진설 관련 조회공시에서 "당사 최대주주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에 확인한 결과 지분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양증권은 매각 대상자, 금액, 방식, 일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양증권의 최대주주는 한양학원으로, 지분 16.29%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백남관광(10.85) 에이치비디씨 (7.45%)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4.05%)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보통주 지분율은 40.99%까지 올라간다.

앞서 지난 2022년 말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업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양증권도 매물 후보군으로 언급됐다. 다만 지난해 초 우리금융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가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양증권 매각설도 함께 잠잠해졌다. 하지만 한양대병원이 지난 2월 말부터 이어진 전공의 파업을 겪으며 경영난에 빠지면서 한양학원은 다시 한양증권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증권사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립대학은 유가증권 등 기본재산을 처분하기 위해선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치고 교육부에 처분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양학원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한양증권 지분 매각 결정을 내리고 11일 교육부에 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교육부는 신고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허가·신고수리 여부 또는 처리 지연 사유를 신청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한양학원 관계자는 "한양증권 지분 매각과 관련해 이사회 승인을 거쳤고 교육부에 신청해 둔 상태"라면서 "교육부 허가가 나오면 매각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파동 여파로 손실이 쌓이면서 어려움을 겪자 한양학원이 매각 추진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산업개발은 한양학원 산하 건설사다.

다만 한양학원은 이번 매각이 한양산업개발과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한양학원 관계자는 "한양산업개발에 대한 내용이 나왔지만 전혀 아니고 의료원과 관련해 자금을 미리 확보해 놓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보로는 '강성부펀드' KCGI가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KCGI도 구체적인 인수 관련 협상을 전혀 진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과 LX그룹도 한양증권 인수를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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