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두나무가 28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비상장 회사임에도 이례적으로 주주 60여명이 몰렸다. 두나무의 소액 주주 수는 1만여명이다.
이에 두나무는 질의응답만 1시간 진행하는 방식으로 주주와의 소통에 나섰다. 올해 배당도 기존 주당 2937원에서 8777원으로 3배 늘리고, 소통도 확대함으로써 주주 달래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두나무는 28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본사에서 열린 제 13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두나무 주총은 비상장 회사임에도 주주 참석률이 높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비상장 회사 중 기업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인 데다, 미 증시 상장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날 8시에 시작된 주총은 9시가 넘어서 끝났다.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재선임 등 안건 처리는 5분 내로 종료됐으며 대부분 시간은 질의응답에 쓰였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약 1시간 동안 직접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정기 주총은 질문을 받지 않아 주주 반감이 컸으나 올해 주총에선 이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이 적극적으로 답변에 나섰다.
장시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만큼, 주총에선 주주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한 발언들이 다수 나왔다. 지난해 가상자산 가격 상승으로 두나무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에 비해 두나무 주가는 비교적 덜 올랐기에 주주와의 소통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경쟁사 빗썸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것과 달리 두나무는 IPO 계획을 공식화한 적이 없다. 이에 따른 주주 불안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상장과 관련한 입장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석우 대표는 "상장을 위한 형식적인 요건은 모두 갖췄으나 밸류(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법인 시장이 열리고, 업비트가 외국인 고객을 받을 수 있게 되면 기업가치가 더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당분간 팔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전날 나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는 비트코인 1만6839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시세로 약 2조 169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비트코인 매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남승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에서도 팔아야 한다는 의견은 있는데, 지금까지는 팔 수 없는 상태라 보류해왔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처분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는 2분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금융당국은 최근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한 뒤, 2분기에는 가상자산사업자부터 매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보유 중인 비트코인 등을 매각해 운영비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 정책이 바뀌었음에도 두나무는 매도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두나무의) 상황이 어려우면 팔아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라서 팔 수 있게 되어도 당분간 매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가상자산 시장 전망도 여전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에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을 매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주총에서는 최근 이슈화됐던 FIU 제재에 대한 질문도 다수 나왔다. 업비트가 3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므로 이와 관련한 주주 불안이 커졌던 영향이다.
FIU는 지난달 25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을 근거로 두나무에 영업 일부 정지 3개월과 이석우 대표 문책 경고, 준법감시인 면직 등 직원 9명의 신분 제재를 통보했다. 영업 일부 정지 내용은 3개월간 신규 고객의 가상자산 전송(입출금)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두나무는 이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석우 대표는 "예상보다 제재 수위가 높아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회사가 커지면서 여러 가지 검증 과정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금법 등 규제 준수와 관련해선 "업계에서 두나무보다 열심히 한 곳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징계 수위가 높아 수용이 어려웠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FIU 제재 등과는 별개로 두나무는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허용되는 시기에 맞춰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법인 시장이 열리면 시장 파이가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법인 영업을 위해 제휴 은행을 변경할 것이란 추측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남승현 CFO는 "다른 은행과 구체적으로 진행한 것은 없다. 법인 계좌 허용과 관련해서는 케이뱅크랑 어떻게 대비할지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 진출을 도모하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도 계속 모색 중이라고 했다. 이석우 대표는 두나무의 주요 사업인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사업으로는 해외 진출이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대신 명품 시계 등 실물을 토큰화하는 '새로운 먹거리'로 해외 시장에 나가는 게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