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대통령도 만든 '밈 코인' 왜 오를까[박현영의 코인사이트]

밈코인 '실제 활용사례' 증가 추세…단순 '문화'였던 과거와 달라
무분별한 판매·홍보는 꾸준히 논란…펌프닷펀 사례 등 주목

편집자주 ...가상자산(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은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이자, 주요 용어가 대부분 외국어로 되어 있어 이해가 어려운 신생 산업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소식도, 가상자산 투자와 직결된 소식도 독자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영통신사 <뉴스1>은 이해가 어려운 가상자산·블록체인 소식을 쉽게 풀고, 나아가 향후 전망이나 분석까지 담은 ‘코인사이트(Co;insight)’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코인사이트’는 가상자산을 뜻하는 ‘코인’과 ‘인사이트’의 합성어로,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의 주요 소식을 인사이트 있게 분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본문 이미지 - 코인사이트 이미지.
코인사이트 이미지.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요즘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핫'한 주제를 꼽으라면 단연 '밈코인'일 겁니다. 최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직전 자체 밈코인을 발행한 영향이 가장 큰데요. 현재는 최고가 대비 절반 가격으로 떨어졌지만, 오피셜트럼프코인(TRUMP)은 발행 초기 가격 대비 960% 이상 뛰었습니다. 정치적 위치를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것은 아닌지, 밈코인들이 앞으로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인지 논란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논쟁거리로만 치부하기에는 밈코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성적이 독보적입니다. 작년 한해 동안 가장 많이 오른 가상자산 8개 중 3개가 밈 코인입니다. 이전엔 가상자산 시장 속 하나의 문화였다면, 이제는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거래소들이 지난해 말부터 경쟁적으로 밈코인을 상장하기 시작했는데, 일각에서는 당국과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가 함께 만든 '상장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발행 주체가 명확한 가상자산만 상장하라는 기준이 있어서입니다. 밈코인은 익명의 개발자나 커뮤니티가 주도해 발행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에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 '밈코인 상장 기준 보완' 내용을 포함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밈코인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무엇이 밈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지, 밈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지니는 가치는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문 이미지 -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 &#39;오피셜 트럼프&#40;TRUMP&#41;&#39;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40;미국 현지시간&#41; 밈 코인 &#39;오피셜 트럼프&#39;를 발행했다. 2025.1.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미국 현지시간)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를 발행했다. 2025.1.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비스 빌더'가 된 밈코인 커뮤니티

가상자산 시장에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커뮤니티'입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있어 커뮤니티는 단순 '투자자 연합'이 아닙니다. 프로젝트의 로드맵과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가상자산을 활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도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분류됩니다.

밈코인은 본래부터 커뮤니티에 의한, 커뮤니티를 위한 코인입니다. 밈코인의 캐릭터와 캐릭터가 담고 있는 내러티브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커뮤니티가 밈코인 프로젝트 자체를 이끌어가는 형태입니다.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팬들이 단순히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그 그룹의 세계관 자체를 좋아하고 또 이끌어가는 것처럼요.

중요한 점은 1~2년 전부터 이 커뮤니티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밈코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캐릭터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고, 희화화하는 정도였다면 요즘은 밈코인을 이용해 실제 활용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밈코인 대장'인 도지코인뿐 아니라 시바이누(SHIB), 페페(PEPE) 등 밈코인을 활용한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바이누나 페페의 캐릭터 이미지를 게임에 쓰는 것을 넘어 밈코인을 게임 내 기축통화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 기술적으로 성공을 거둔 코인들과 똑같은 흐름이 밈코인 커뮤니티에서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 밈코인인 '봉크(BONK)'는 개발자들과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모여 팀을 형성하고, 이 팀이 '봉크 스와프'라는 토큰 스와프(교환) 프로토콜을 출시했습니다. 봉크를 다른 가상자산으로 빠르게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알려진 솔라나나 아발란체 같은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나타났던 흐름이 밈코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솔라나를 예로 들면, 솔라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 스와프 프로토콜이나 레이어2 블록체인들이 다수 나오면서 솔라나 커뮤니티도 커지고 솔라나 코인 가격도 상승해왔습니다.

이런 흐름은 기술력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나 나타나는 건줄 알았는데, 밈코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즉, 밈코인 커뮤니티는 더 이상 '캐릭터 팬'들이 아닌, 기술력 있는 서비스 빌더(Builder)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밈코인의 상당수가 '무한 발행'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가치가 영원토록 상승하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이런 빌더 커뮤니티가 밈코인의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밈코인의 또 다른 무기, '탈중앙화'

나아가 밈코인이 블록체인의 기본 사상인 '탈중앙화'에 부합한다는 점도 가치 상승 요인이 되고 있는데요.

최근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유명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는 프로젝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프로젝트가 토큰을 발행하면 발행량의 상당 부분이 VC들에게 할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락업이 걸려 있겠지만, 이들 VC가 매도를 택하면 해당 토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 경우 프로젝트 자체가 '중앙화'돼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죠.

반면 커뮤니티 주도로 발행되는 밈 코인들은 공정한 토큰 분배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 밈코인 중 하나인 캣인어독스월드(MEW)를 예로 들면, 발행량의 90%는 탈중앙화거래소(DEX) '레이디움'의 유동성풀에 할당됐고, 10%는 솔라나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에어드롭용으로 지급됐습니다. 봉크(BONK)도 발행량의 50%를 솔라나 커뮤니티에 에어드롭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요.

본문 이미지 - 펌프닷펀 갈무리.
펌프닷펀 갈무리.

이런 밈코인의 특징은 솔라나 기반 밈코인 발행 플랫폼인 '펌프닷펀'에서 극대화됩니다. 펌프닷펀은 누구나 쉽게 밈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으로, 지난해 밈코인 붐을 이끈 주인공입니다. '피넛(PNUT)', '고트세우스막시무스(GOAT)' 등 유명 밈코인도 펌프닷펀을 통해 태어났습니다.

펌프닷펀에서 발행되는 밈코인은 발행한 팀에게 할당되는 물량이나 사전 판매가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코인의 수요에 따라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구조상으로는 탈중앙화에 부합합니다. 이에 펌프닷펀은 출시 8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누적 수익 1억달러(1430억원)를 올리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나치면 독, '양날의 검' 밈코인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밈코인을 주의해야 하는지는 펌프닷펀 사례, 그리고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코인 발행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펌프닷펀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지만 논란을 겪기도 했는데요. 펌프닷펀의 주요 기능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문제가 됐습니다. 누구나 쉽게 밈코인을 발행하고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펌프닷펀에는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 있는데요. 코인 판매만이 목적인 사용자들이 유해한 콘텐츠나 반사회적 행위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사례가 생겨나기 시작한 겁니다.

이는 앞서 소개한 밈코인의 긍정적 특징과 완전히 반대되는 현상입니다. 이전에는 단순 장난으로 발행됐던 밈코인들이 요즘은 실제 활용 사례를 창출하고 있는데, 펌프닷펀을 통해 발행되는 밈코인 상당수는 그렇지 않은 것이죠. 스트리밍으로 지나친 홍보가 이뤄지는데다 단순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밈코인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또 밈코인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탈중앙화와 배치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오피셜트럼프 코인은 발행량의 80%가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았는데요. 이 80%는 트럼프 개인 회사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의 계열사인 CIC 디지털 LLC와 지난 7일 설립한 회사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 LLC'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즉, 탈중앙화와 아무 관계가 없는 셈입니다.

결국 밈코인의 가치를 탐구하고 투자를 결심하려면 이런 '양날의 검'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정 밈코인을 주도하는 커뮤니티가 건전한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는지, 토큰 분배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코인만 판매하고 시장을 떠나는 '러그풀(먹튀)'도 밈코인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향점 없이 탄생한 밈코인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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